그물과 그림자
2026년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2기 취임 1주년이 되었습니다. 같은 날 국토안보부(DHS)는 보도자료를 통해, 취임 이후 ICE가 추방·송환·퇴거한 비시민권자가 67만 5천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최다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이 숫자에는 이민판사의 최종 추방 명령을 받은 정식 추방뿐 아니라 국경에서의 자발적 출국과 신속 퇴거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질적 추방 규모를 놓고 해석이 갈리지만, 그 자체로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숫자의 규모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추방 기계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톱니바퀴 사이로 빠져나가야 할 사람들까지 함께 끌려 들어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효한 DACA(불법입국 청소년 추방 유예) 지위를 가진 청년들이 이민국 출두 중 체포되고, 법원이 추방을 금지한 사람이 엘살바도르 감옥으로 보내지며, 텍사스 사막의 텐트 구금시설에서는 홍역이 번지고 있습니다. 추방의 속도와 규모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라는 안전장치가 어디까지 작동하고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들을 통해 살펴봅니다.
67만이라는 숫자의 이면
"통계는 사실을 말하지만, 맥락 없는 통계는 오해를 낳는다. — 마크 트웨인"
DHS가 발표한 67만 5천여 건의 추방·송환 총수를 분해하면, 다른 풍경이 보입니다. 이 숫자에는 이민판사의 최종 추방 명령에 따른 정식 추방(removal), 자발적 출국(return), 신속 퇴거(expedited removal)가 모두 섞여 있습니다. 데일리콜러가 2026년 3월 4일 입수한 ICE 내부 자료에 따르면, 이민판사의 최종 추방 명령을 받고 실제 추방이 집행된 건수는 전체 발표 숫자보다 훨씬 적습니다. 내부 자료의 추세대로라면 회계연도 2026년의 정식 추방 건수는 약 85,000건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발표된 67만이라는 수치와 실제 정식 추방 건수 사이의 괴리는 상당합니다.
비교 맥락이 필요합니다.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회계연도인 FY2024에 ICE의 추방 건수는 약 271,000건이었고, 트럼프 2기 첫해를 포함한 FY2025에는 약 340,000건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수치로, 추방 규모가 확대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67만이라는 발표 숫자의 상당 부분이 국경에서의 즉시 송환, 즉 미국 영토 안에서의 체류 기간이 거의 없는 경우에 기인한다는 점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내륙에서의 ICE 체포와 국경 송환을 합산한 발표 방식은, 실제 이민 단속의 성격을 파악하기 어렵게 합니다.
구금 인원은 논란의 여지 없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1월 중순 기준 ICE 구금 시설에 수용된 인원은 약 73,000명으로, ICE 설립 23년 역사상 최다입니다. 2025년 같은 시기 약 40,000명에서 84% 증가한 수치입니다. 시러큐스 대학교 TRAC(Transactional Records Access Clearinghouse)의 분석에 따르면, 2026년 1월 25일 기준 구금자 70,766명 가운데 74.2%인 약 52,500명은 형사범죄 유죄판결 전력이 없습니다. 형사 유죄판결 전력이 있는 구금자 중에서도 폭력 범죄 유죄판결은 전체의 5%에 불과하다는 것이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의 분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구금 수용 능력을 10만 명 수준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시러큐스 대학교 오스틴 코허 교수는 FY2026 구금 인원 증가분의 92%가 범죄 전력 없는 사람들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숫자가 늘어나는 속도만큼이나, 그 숫자 안에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묻는 것은 정당한 질문입니다.
이민국 앞에서 체포된 DACA 수혜자들
"법이 보호한다고 약속한 사람을 법의 이름으로 체포할 때, 신뢰의 기반이 흔들린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
2026년 2월 18일,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 사는 마리아 데 헤수스 에스트라다 후아레즈는 영주권 인터뷰를 위해 USCIS(미국이민국) 사무소에 출두했습니다. 27년간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그녀는 2014년부터 DACA를 받아 다섯 차례 갱신해 왔고, 범죄 기록은 전혀 없었습니다. 인터뷰 장소에 도착하자 ICE 요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체포된 다음 날, 아무런 법적 청문 절차도 거치지 못한 채 멕시코로 추방되었습니다. ABC10 새크라멘토 보도에 따르면 가족은 그녀에게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DHS는 에스트라다 후아레즈가 1998년에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다고 밝혔지만, 본인은 그러한 명령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크리스티 놈 장관은 이 사건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추방은 이미 집행된 뒤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 교회, 학교, 병원 등 전통적으로 단속을 자제하던 민감 장소(sensitive locations) 정책을 공식 폐지했습니다. 이민국 사무소 앞에서의 체포는 이 정책 변화의 연장선에서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민국에 출두하라고 요구한 정부 기관 앞에서 같은 정부의 다른 기관이 체포하는 상황은, 이민 시스템에 대한 기본적 신뢰를 잠식합니다.
이민권익 단체 Home is Here의 추적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유효한 DACA 지위를 보유한 상태에서 체포, 구금, 추방된 사례가 최소 22건 확인되었습니다. DHS가 2026년 2월 발표한 공식 자료에는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DACA 수혜자 261명이 체포되고 86명이 추방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체포된 DACA 수혜자 대부분이 범죄 기록 보유자라고 설명하지만, KJZZ 보도에 따르면 Home is Here가 파악한 개별 사례 중에는 범죄 전력 없이 갱신 서류를 기다리던 중 추방된 경우도 포함됩니다. 네브래스카주에서는 DACA 보유자 조엘 앙헬-베세릴이 ICE에 체포되었다가, ACLU의 소송을 거쳐 이민판사가 DACA 보호를 이유로 추방 절차를 기각하고 석방한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의 보유자인데도 어떤 사람은 추방되고 어떤 사람은 석방되는 현실은, 체포 기준의 일관성에 대한 의문을 남깁니다.
DACA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 행정부의 재량적 프로그램입니다. DHS는 DACA가 어떠한 법적 지위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텍사스주 연방 법원에서는 프로그램 자체의 적법성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 DACA 보유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추방 자체보다, 정부를 믿고 제공한 개인정보가 오히려 자신을 찾아내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DACA 신청 시 이민국에 제출한 주소, 직장, 학교 정보가 ICE의 단속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지 여부는, 현재까지 행정부가 명확히 부인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추방한 뒤에 되돌릴 수 없는 것들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실수를 되돌리는 것은 때로 불가능하다."
킬마르 아브레고 가르시아는 메릴랜드에서 일하던 엘살바도르 출신 이민자였습니다. 2019년 이민판사가 갱단 폭력에 대한 공포를 이유로 엘살바도르로의 추방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2025년 3월 12일 ICE에 의해 체포되었고, 3일 후인 3월 15일 엘살바도르의 최고 보안 교도소인 테러리즘 구금센터(CECOT)로 이송되었습니다. 일주일 전까지 메릴랜드에서 출근하던 사람이 중앙아메리카의 감옥에 갇히게 된 것입니다. 정부 측 변호사는 법정에서 이것이 행정적 착오였다고 시인했습니다.
연방 대법원은 2025년 4월 10일, 정부에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귀국을 지원하도록 명령했습니다. 행정부는 처음에 엘살바도르 주권 문제를 내세우며 그럴 권한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법원 명령에 따라 2025년 6월 6일 그를 미국으로 귀환시켰습니다. 돌아온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기다린 것은 인신매매 혐의의 형사 기소였습니다. 변호인은 이 기소가 행정부를 상대로 법적 투쟁을 벌인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고, 테네시주 연방 판사 웨이벌리 크렌쇼는 기소에 보복적 동기가 있을 현실적 가능성(realistic likelihood of vindictiveness)이 존재한다고 판시했습니다.
NPR은 2026년 2월 보도에서, 아브레고 가르시아 사건이 처음에는 유일무이한 실수로 여겨졌지만 유사한 오인 추방이 반복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의 변호인 중 한 명은 자신만 해도 아브레고 가르시아와 비슷한 사건의 원고를 12명 이상 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4월에는 20세 베네수엘라 남성이, 7월에는 31세 엘살바도르 남성이 잘못 추방된 후 법원 명령으로 귀환한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변호사의 말은 간결했습니다. 이 문제는 나아지기는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인 추방 건수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변호사가 없는 이민자가 잘못 추방된 경우 이를 다투거나 기록으로 남길 경로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 연방감사원(GA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ICE가 미국 시민권자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 70명을 추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민권자조차 오인 추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 비자 소지자나 영주권 신청 대기자의 상황은 더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확인된 사례들은 전체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법률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입니다.
텍사스 사막의 텐트, Camp East Montana
"시설을 세우는 데는 돈이 들지만, 사람을 지키는 데는 의지가 든다."
텍사스주 엘패소 외곽, 포트블리스 군사기지 안에 세워진 Camp East Montana는 현재 ICE의 최대 구금시설입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소재 소규모 정부 계약업체 Acquisition Logistics LLC가 12억 달러 규모의 계약으로 건설·운영하고 있으며, 최대 수용 능력은 5,000명입니다. 2026년 2월 중순 기준 약 3,000명이 수용되어 있었습니다.
시설의 역사는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건설 과정에서 노동자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개소 후 6주 만에 수용자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중 55세 쿠바 출신 헤랄도 루나스 캄포스의 사인은 부검 결과 질식에 의한 타살(homicide)로 판정되었습니다. ICE는 처음에 의료 문제에 의한 사망이라고 발표했다가, 나중에 자해를 막기 위한 돌발적 물리력 사용이라고 설명을 바꾸었습니다. PBS 뉴스아워의 후속 보도가 부검 결과를 확인했습니다.
위생과 보건 문제는 반복되었습니다. 2026년 1월 결핵 2건과 코로나19 18건이 보고되었고, 3월 초에는 홍역 확진자 14명이 발생하면서 시설 전체가 물리적 출입 차단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112명이 격리 조치되었으며, 외부인의 시설 접근은 최소 3월 19일까지 금지되었습니다. 엘패소 소재 이민법률단체 Las Americas는 구금자 면담이 불가능해졌다고 밝혔습니다. 변호사 접견권이 사실상 정지된 것입니다. 빨래 시설이 부족하여 여성 수용자들이 수주간 같은 옷을 입어야 했다는 증언도 ACLU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ICE 자체 구금감독부가 개소 50일 시점에 실시한 조사에서는 연방 구금 기준 최소 60건이 위반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CLU는 2025년 12월 보고서에서 수용자 구타, 성적 학대, 의료 접근 차단, 식사 미제공 등의 처우를 기술했습니다. 텍사스 주 소속 연방 의원들은 시설 내 비인도적 처우에 대해 경각심을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DHS에 보냈습니다.
2026년 3월 4일, 워싱턴포스트는 ICE가 이 시설의 12억 달러 계약 해지를 위한 서한을 작성 중이라는 내부 문건을 보도했고, 텍사스트리뷴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NBC 뉴스 역시 DHS가 시설의 미래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DHS는 계약 검토 중이나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밝혔으며, 현 계약은 2027년 9월 만료 예정입니다. 시설 하나가 폐쇄되더라도, 그 안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한 책임 소재는 별개의 문제로 남게 됩니다.
맺음말
추방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행정부의 의지는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67만이라는 수치, 73,000명이라는 구금 규모,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들이 정책의 성과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그 숫자 안에는 27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DACA 수혜자도, 법원이 추방을 금지한 사람도, 범죄 전력 없이 구금된 52,000명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Camp East Montana의 텐트 아래에서 홍역에 걸린 수용자도, 타살로 판정된 사망자도 그 숫자의 일부입니다.
그물이 넓게 던져질수록 그 안에 걸리지 말아야 할 것들이 함께 걸립니다. 적법절차는 효율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민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입니다. 아브레고 가르시아를 엘살바도르 감옥에서 데려오는 데 대법원 명령이 필요했다는 사실이, 절차를 생략했을 때의 비용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 줍니다. 현재 이민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인 분들은, 자신의 법적 지위에 관한 모든 서류의 사본을 확보해 두시고, 정부 기관에 출두하기 전에는 반드시 법적 조언을 받으시는 것이 현실적 대비가 됩니다. 정부가 보호한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정부에 의해 추방되는 현실에서, 기록과 법적 대리인은 개인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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