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지키러 간 곳에서 붙잡히다
2026년 2월 18일 오전 10시 30분,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의 존 모스 연방 빌딩. 42세의 마리아 데 헤수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Maria de Jesus Estrada Juarez)는 영주권 인터뷰를 위해 이민국(USCIS) 사무실에 출석했습니다. 10대에 미국에 들어온 이후 25년 넘게 이 나라에서 살았고, DACA(불법입국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의 보호 아래 합법적으로 일하며 세금을 내 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그녀가 이민국 건물을 나설 때 기다리고 있던 것은 영주권 승인이 아니라 이민세관집행국(ICE) 요원들이었습니다. 체포된 지 24시간도 되지 않아, 에스트라다 후아레스는 멕시코 푸에블라로 추방되었습니다.
같은 시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역시 DACA 수혜자인 27세의 조엘 앙헬-베세릴(Joel Angel-Becerril)은 약 3개월간 ICE에 구금되어 있다가, 이민판사가 DACA 보호를 근거로 추방 소송 자체를 기각하면서 석방되었습니다. 같은 나라, 같은 프로그램, 같은 시기에 한 사람은 추방되고 한 사람은 풀려난 것입니다. 이 두 사건은 현재 DACA 수혜자들이 놓인 상황의 극단적 불확실성을 상징합니다.
이민국 앞에서 벌어진 체포의 전말
"법을 지키려 간 곳이 덫이 되었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건은 단순한 단속 사례가 아닙니다. 그녀는 영주권 취득 절차를 밟고 있었고, USCIS가 지정한 날짜에 인터뷰에 출석한 것이었습니다. 새크라멘토 비(Sacramento Bee)의 보도에 따르면, 인터뷰 도중 이민 관계자가 그녀의 기록에 남아 있는 1998년의 신속추방 명령(expedited removal order)을 언급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나이는 15세였습니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는 그런 명령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녀가 받아든 것은 "USCIS는 현재 귀하의 케이스를 완료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서류였고, 건물을 나서는 즉시 ICE에 체포되었습니다.
국토안보부(DHS) 대변인 트리시아 맥러플린(Tricia McLaughlin)은 성명에서 에스트라다 후아레스가 "1998년 판사로부터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고, 이후 불법으로 재입국했다"고 밝히며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DACA는 이 나라에서 어떠한 형태의 합법적 지위도 부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새크라멘토 비가 연방 이민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에 대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녀의 DACA 갱신 기록, 합법적 체류 신청서, 그리고 이전에 승인된 재입국 허가서 등의 서류는 확인되었습니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딸 다마리스 벨로(Damaris Bello)는 "우리는 올바른 방법으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새크라멘토 부시장 카리나 탈라만테스(Karina Talamantes)를 비롯한 지역 정치인들은 연방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귀환을 요구했습니다. 그녀는 지역 호텔에서 15년 이상 근무했으며, 해당 호텔은 새크라멘토시와 계약을 맺고 노숙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였습니다. 가족들에 따르면, 그녀는 구금 중 필요한 의료 조치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61명 체포, 86명 추방 — 숫자가 드러낸 현실
"개별 사연이 통계 속에 묻히지만, 통계 없이는 전체를 볼 수 없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건은 고립된 일이 아니었습니다. 2026년 2월 26일, DHS 장관 크리스티 노엠(Kristi Noem)이 연방 상원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그 규모가 드러났습니다. 노엠 장관의 서한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11월 19일까지 ICE는 261명의 DACA 수혜자를 체포했고, 그중 86명을 추방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19일이 포함되어 있어, 정확히 몇 건이 트럼프 행정부 복귀 이후에 발생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노엠 장관은 서한에서 체포된 261명 중 241명이 "범죄 이력(criminal histories)"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CBS 뉴스와 폴리티코(Politico)의 보도에 따르면, DHS는 이 범죄 이력의 구체적 내용, 즉 어떤 종류의 범죄인지,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인지 단순 체포 기록인지에 대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상세 내용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알렉스 파디야(Alex Padilla), 딕 더빈(Dick Durbin), 마크 켈리(Mark Kelly) 상원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이러한 체포는 가정을 파괴하고 지역 사회에 해를 끼친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 내 활성 DACA 수혜자 수는 2025년 6월 기준 약 51만 5,600명입니다. 261명이라는 체포 숫자는 전체의 0.05%에 해당하지만, 이 숫자가 주는 심리적 파장은 비율과 비교할 수 없이 큽니다. DACA 수혜자 개개인에게 이 숫자는 자신이 다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의 근거가 됩니다. 특히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처럼 이민국에 정상적으로 출석하다가 체포된 사례는, 법을 준수하는 것이 오히려 단속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역설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범죄 이력'이라는 표현의 모호함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이민법에서 '범죄 이력'은 유죄 판결뿐 아니라 단순 체포, 기소 후 기각된 건, 심지어 교통 위반까지 포함할 수 있는 넓은 개념입니다. 앙헬-베세릴의 경우에서 보듯, 기각된 혐의만으로도 ICE 구금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241명의 '범죄 이력' 주장이 실제로 어느 수준의 범죄를 의미하는지를 DHS가 밝히지 않는 이상, 이 숫자만으로 체포의 정당성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같은 프로그램, 정반대의 결과
"하나의 법이 두 개의 운명을 만든다."
네브래스카주의 조엘 앙헬-베세릴 사건은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건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앙헬-베세릴은 2025년 12월 2일 더글러스 카운티에서 ICE에 의해 체포되었습니다. 그를 대리한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네브래스카 지부의 변호사 그랜트 프리드먼(Grant Friedman)에 따르면, 앙헬-베세릴은 형사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카운티 법원 기록에는 전년 여름의 폭행 관련 혐의가 있었으나, 이 혐의는 기각되었습니다. ICE는 혐의가 기각된 당일, 카운티 구치소에서 그를 인수하여 이민 구금 시설로 이송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구금 끝에, 2026년 2월 21일 오마하 이민법원에서 판사는 앙헬-베세릴에 대한 추방 소송을 기각했습니다. 기각의 근거는 그의 DACA 보호 지위였습니다. ACLU 네브래스카는 성명에서 "DHS가 추방 절차를 종결하는 신청서를 제출했고, 이민판사가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즉, 정부 측이 스스로 추방 절차를 철회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연방법원이 ICE의 무보석 구금 정책에 대해 보석 심리를 명령하는 등, 사법부의 개입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두 사건의 차이를 결정한 것은 법률이 아니라 집행의 재량이었습니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경우, 28년 전의 추방 명령이 DACA 보호보다 우선시되었습니다. 앙헬-베세릴의 경우, DACA 보호가 추방 근거보다 우선시되었습니다. USCIS 공식 웹사이트는 현재도 DACA를 "개인의 추방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기소재량의 행사"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 재량이 어느 방향으로 행사될지는 예측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같은 프로그램의 보호를 받고 있으면서도, 어떤 이민판사 앞에 서느냐, 어떤 ICE 지역 사무소의 관할이냐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현실입니다. 앙헬-베세릴에게는 ACLU라는 법적 조력이 있었고 연방법원까지 사건이 올라갔지만, 에스트라다 후아레스는 체포에서 추방까지 24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사실상 법적 대응의 기회 자체가 차단되었습니다.
민감 장소 보호 철폐와 DACA 갱신의 현주소
"규칙이 바뀌면 같은 행동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가 이민국 건물에서 체포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도적 변화가 있습니다.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보호 구역(Protected Areas)' 정책을 철폐했습니다. 이 정책은 10년 이상 유지되어 온 것으로, 학교, 병원, 종교 시설, 법원 등 이른바 민감 장소(sensitive locations)에서의 이민 단속을 제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정책 철폐 이후, ICE 요원들은 이전에는 사실상 금지되었던 장소에서도 체포 활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USCIS 사무실 역시 더 이상 단속의 사각지대가 아닙니다.
이 변화는 DACA 수혜자들에게 특히 직접적인 위협이 됩니다. DACA는 2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며, 갱신 절차에는 지문 채취를 위한 이민국 방문이 수반될 수 있습니다. 영주권이나 시민권 신청 과정에서도 이민국 출석은 필수입니다. 이민국에 출석하는 행위 자체가 잠재적 단속 위험에 노출되는 행위가 된 셈입니다. USCIS 공식 웹사이트에 따르면, 현재 DACA 갱신 신청은 계속 접수되고 처리되고 있으며, "현재의 DACA 및 관련 취업허가서(EAD)는 만료될 때까지, 또는 개별적으로 종료되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DACA의 미래 자체는 법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텍사스 남부 연방지방법원은 2021년 DACA가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제5순회항소법원도 이를 지지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기존 수혜자의 갱신은 허용했습니다. 신규 신청은 2017년 이후 처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현재 약 51만 5천 명이 활성 DACA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숫자는 신규 진입이 막힌 채 기존 수혜자의 이탈만 발생하는 구조에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사라지기 전에 이미 천천히 소멸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때 80만 명에 가까웠던 수혜자 규모가 51만 명대로 줄어든 것 자체가 이 추세를 보여줍니다. 갱신을 포기하거나, 나이 제한에 걸리거나, 추방되거나, 영주권 등 다른 신분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는 신규 진입자로 채워지지 않고 있습니다.
맺음말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건 이후, 새크라멘토 시의회 의원 리사 카플란(Lisa Kaplan)은 그녀의 구금과 추방을 "불법적"이라고 규정했고, 현지 선출직 공무원들은 연방 정부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DHS는 "DACA는 어떠한 합법적 지위도 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DACA가 기소재량에 기반한 프로그램이지 법적 신분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이지만, 그 프로그램 아래에서 수십 년간 취업허가를 받고, 세금을 납부하고, 운전면허를 취득하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이 구분은 잔인한 궤변처럼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간극 사이에서 DACA 수혜자들은 갱신을 해야 할지, 이민국에 출석하는 것이 안전한지를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다음과 같습니다. DACA 갱신 신청은 여전히 가능하고 처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국 방문 자체가 단속 위험을 수반할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졌습니다. 앙헬-베세릴의 사례처럼 DACA 보호가 법정에서 인정되는 경우도 있지만,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례처럼 과거의 추방 명령이 DACA보다 우선 적용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과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DACA 수혜자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가 있습니다. 갱신 시기가 다가오면 만료일 120일에서 150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취업허가서가 만료된 상태에서 갱신이 지연되면 합법적 취업 자격을 상실하게 되므로, 여유 있는 신청이 중요합니다. 이민국 출석이 예정되어 있다면, 개인의 이민 기록에 과거 추방 명령이나 미해결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에스트라다 후아레스의 사례가 보여주듯,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과거 기록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민국에 정보자유법(FOIA) 요청을 통해 자신의 이민 파일(A-file)을 열람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그리고 어떤 이민 절차에 출석하든, 이민법 변호사의 동행이나 사전 상담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입니다. 법을 지키려는 사람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역설은 제도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그 제도가 정비되기 전까지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가능한 모든 정보와 법적 조력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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