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사라진 사람들

일터에서 사라진 이민 노동자들 - 건설 현장
ICE 작업장 단속 2단계와 농촌 경제의 현실

Share This Post

ICE 작업장 단속 2단계와 농촌 경제의 현실

미주리주 밀란(Milan)은 인구 약 1,800명의 작은 마을입니다. 주민의 절반가량이 히스패닉계로, 마을의 식당과 빵집, 식료품점을 운영하고 지역 농장과 공장에서 일합니다. 2026년 2월 24일, ICE 요원들이 이 마을에서 세 명을 체포했습니다. 세 명이라는 숫자만 보면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구 1,800명의 마을에서 그 파장은 사뭇 달랐습니다. 체포된 빅토리노 마틴-차베스는 가족의 유일한 운전자이자 생계 책임자였습니다. 넷째 아이를 임신 중인 아내는 산전 검진에 갈 차편을 잃었습니다. 마을의 한 식당은 단속 이후 주간 매출이 7,000달러에서 4,000달러로 떨어졌습니다. 다른 히스패닉 식당도 매출이 절반 이하로 줄었습니다. 빵집 주인은 직원에게 “ICE가 다시 오면 가게 문을 닫아라”라고 말했습니다. 한 지역 활동가의 말이 이 상황을 요약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경제적 진보도 없습니다. 이곳은 자원이 부족한 작은 농촌 마을입니다.” 밀란에서 벌어진 이 일은, 미국 농촌 곳곳에서 반복되는 패턴의 한 단면입니다. 세 명의 체포가 마을 경제를 흔들었다면, 수백 명이 사라진 마을은 어떻게 되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작업장 단속이 본격화하면, 이런 이야기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 “최악의 범죄자”에서 “모든 일터”로

“대규모 추방 약속을 이행하려면, 불법 이민자가 일하는 작업장을 차단하고, 은행 계좌를 폐쇄하고, 도용된 사회보장번호를 추적해야 한다.” — 대규모추방연합(Mass Deportation Coalition), 2026년 4월 1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이 2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1단계는 범죄 기록이 있는 이민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 이른바 “최악의 범죄자(worst-of-the-worst)” 전략이었습니다. 그러나 친행정부 이민 단체들은 이 접근이 약속한 규모의 추방 실적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합니다. 대규모추방연합(Mass Deportation Coalition)은 2026년 4월 1일 21개 항목으로 구성된 새로운 로드맵을 공개하며 작업장 단속의 전면 확대를 촉구했습니다.

이 로드맵의 핵심은 단속 대상의 확대입니다. 더 이상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에 국한하지 않고, 고용주와 일반 근로자를 동시에 겨냥합니다. 세부 항목에는 작업장 단속 강화, 비자 초과 체류자 식별 및 추적, 불법 체류자의 은행 계좌 폐쇄(debanking), IRS를 통한 도용 사회보장번호 추적, 망명 제도의 실질적 제한 등이 포함됩니다. 연합은 여론조사를 인용하며 미국인 72%가 고용주 감사를, 71%가 위반 업체 처벌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로드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입니다.

주목할 점은 이 로드맵이 단순히 단속 규모를 늘리자는 것이 아니라, 이민자가 미국에서 경제생활 자체를 영위할 수 없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일자리, 은행 계좌, 사회보장번호 — 생활의 기반이 되는 세 축을 모두 차단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것이 실현되면, 단속에 직접 걸리지 않더라도 스스로 떠나도록 압박하는 이른바 “자진 추방(self-deportation)” 환경이 조성됩니다.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진행 중입니다. ICE가 2025년 상반기에 발부한 사업장 감사 통지서(Notices of Inspection) 건수는 전년도 전체(약 230건)의 최소 10배에 달합니다. 2025년 7월 서명된 법안을 통해 ICE에 10,000명의 신규 요원이 배정되었고, 단속 예산으로 총 1,700억 달러가 투입되었습니다. 이는 ICE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력 증원이며, 기존 인력의 120% 확대에 해당합니다. 인력과 예산이 갖추어진 상태에서, 작업장 단속의 본격적 확대는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 범죄 없는 사람들의 체포

“구금된 사람 10명 중 7명 이상은 범죄 전과가 없다.” — 카토 연구소(Cato Institute) 분석

ICE 단속의 양상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있습니다. 범죄 전과 없이 ICE에 구금된 사람의 수는 2025년 2월 3,165명에서 2026년 1월 25,193명으로 급증했습니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2025년 한 해 동안 무범죄 구금자 수가 약 2,450% 급증했다고 분석합니다. 전체로 보면 2025 회계연도에 ICE에 새로 수용된 사람의 73%가 범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 절반 가까이는 범죄 혐의조차 없었습니다. 무범죄 체포 비율은 2025년 1월 6%에서 같은 해 12월 41%로 급등했습니다. 단속의 초점이 “위험한 범죄자”에서 “이민법 위반자 전반”으로 옮겨갔다는 의미입니다. 법을 어겨 체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범죄 전과가 없고 가족을 부양하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사람들이 대거 단속 대상이 된 것은, 정책의 성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 줍니다. FactCheck.org의 분석도 “ICE 체포가 증가하면서, 범죄 기록이 없는 피체포자의 비율이 동시에 높아졌다”고 확인하고 있습니다.

단속의 방식 자체도 달라졌습니다. 과거 ICE가 특정 대상을 지목해 체포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대규모(at-large)” 체포, 지역 순찰, 작업장 급습, 이민법원 출석 중 재체포, ICE 정기 출두 보고 시 재체포 등 다양한 전술이 동원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주에서는 약 3,000명의 연방 요원이 투입된 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 작전(Operation Metro Surge)이 2026년 초 진행되어 약 3,000명이 체포되었고, 작전 기간 중 시위와 충돌이 빈발하며 연방 요원에 의한 민간인 총격 사망 사건도 최소 2건 발생했습니다. 미네소타 전체로 보면 2025년 12월부터 2026년 3월 중순 사이에 4,030명이 체포되었는데, 이 가운데 2,532명(63%)이 범죄 전과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구금 시설 규모도 역대 최대입니다. ICE 구금자 수는 2025년 초 약 40,000명에서 같은 해 12월 약 66,000명으로 75% 증가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카토 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 가운데 폭력 범죄 유죄 판결이 있는 사람은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95%는 비폭력 전과이거나 전과 자체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의 보고서에 따르면, 구금 규모가 급증하는 와중에 시설 점검은 오히려 2025년 한 해 동안 36.25%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구금 중 사망자는 32명으로, 2004년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전년 대비 약 3배 증가했습니다. 구금 시설의 과밀 수용, 의료 접근성 부족, 외부 감독 축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 마을이 멈추는 순간

“사람이 없으면 경제적 진보도 없다.” — 미주리 밀란 지역 활동가

밀란에서 벌어진 일은 이민 단속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의 축소판입니다. 마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히스패닉 주민이 외출을 꺼리거나 마을을 떠나면, 식당 매출이 반 토막 나고, 빵집과 식료품점이 문을 닫고, 농장에 일꾼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것은 밀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미스필드, 포스트빌 — 미국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이 이루어진 마을들은 하나같이 비슷한 궤적을 밟았습니다. 단속 직후 지역 경제가 위축되고, 학교에서 학생이 사라지고, 남겨진 가족들은 경제적 곤란과 심리적 공포 속에 놓입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의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추방은 2028년까지 GDP를 최대 7.4% 축소시킬 수 있습니다. 미국이민위원회(AIC)는 건설업, 접객업, 제조업 등 주요 산업에서 수백만 명 규모의 노동력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농업에서는 H-2A 임시 농업비자 신청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었고, 건설업은 50만 명의 인력 부족 상태이며, 웨스트버지니아 남부의 병원들에서는 외국인 의사와 간호사들이 비자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취업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농업 단체들은 4월 2일 의회에 이민 개혁을 촉구하며, 미국인 노동자만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고 호소했습니다. 지난 3월 프레즈노 연방법원에서 행정부 측 변호사조차 “미국인 노동자가 부족하다”고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민 노동자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울 미국인 근로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농무장관 브룩 롤린스는 “100% 미국인 노동력”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달성할 인력 풀이 없다는 반응이 압도적입니다. 농업, 건설, 식품 가공, 요식업, 개인 서비스업 — 이민 노동자 비중이 높은 산업일수록 인력 공백의 충격이 크고, 그 비용은 소비자 가격 상승과 서비스 축소의 형태로 지역 주민에게 전가됩니다. 캘리포니아의 농장들은 수확 인력이 부족해 작물이 밭에서 썩고 있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고, 뉴욕 롱아일랜드의 조경업체들도 올 시즌 상당한 인력 부족을 전망합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순이민이 2026년에 사실상 제로 또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민자가 줄면 노동력이 감소하고, 소비 지출이 위축되고, GDP 성장이 둔화됩니다. 이 세 가지는 서로 독립적이 아니라 연쇄적으로 작용합니다. 의회예산처(CBO)도 이전 분석에서 이민 감소가 GDP를 0.7% 축소시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이민자 없이 돌아가는 경제는 정치적 구호로는 가능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그 방법을 찾은 사람이 없습니다.

◆ 한인 사업체가 직면하는 현실

“ICE가 다시 오면 가게 문을 닫아라.” — 밀란 빵집 주인

한인 커뮤니티에서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UCLA 연구에 따르면, 뉴욕 대도시권 네일 사업체의 70~80%가 한인 소유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뉴저지 지역에서 여러 한인 소유 네일 업소가 문을 닫았으며, 직원들이 단속 공포에 출근을 거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5년 9월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단속에서는 약 475명의 이주 노동자가 체포되었고, 대부분이 한국인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외교 문제로 비화했습니다.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구금 시설에서 열악한 환경을 경험했다고 증언했으며, 일부는 석방 후에도 미국 귀환을 꺼리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사건은 한미 양국 언론의 집중 보도를 받았고,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전문직 전용 취업비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을 미국 의회에 요청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2025년 1월 행정명령으로 “민감 장소(sensitive locations)” 보호 정책이 폐지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 병원, 예배당 인근에서의 단속이 자제되었으나, 이제는 소규모 사업체를 포함한 모든 장소가 단속 대상입니다. 네일살롱, 세탁소, 식당 등 한인 소규모 서비스업이 이 변화의 직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습니다. 조지아 마리에타에서는 네일살롱에 대한 ICE 단속으로 12명의 미등록 근로자가 체포된 사례도 보도되었습니다. 단속의 공포는 사업장에 직접 찾아오지 않아도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고, 고객이 줄고, 구인이 안 되는 상황 자체가 사업의 존속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고용주로서의 법적 책임을 반드시 인식해야 합니다. I-9 양식(고용 적격 확인서) 위반에 대한 벌금은 건당 288달러에서 2,861달러입니다. 불법 체류자임을 알면서 고용한 경우에는 1인당 716달러에서 28,619달러까지 올라갑니다. 초범이라도 고의 고용으로 판정되면 1인당 최대 5,724달러, 3회 이상 적발 시 최대 28,619달러로 5배 가까이 뛰어오릅니다. 서류 위조에는 건당 590달러에서 4,730달러의 별도 벌금이 추가됩니다.

한인 사업주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모든 직원의 I-9 양식을 다시 점검하여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둘째, 신규 채용 시 고용 적격 서류를 빠짐없이 확인하고 보관해야 합니다. 셋째, ICE 방문 시 대응 절차를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합니다. ICE 요원이 영장 없이 사업장 내부를 수색하는 것은 위법입니다. 행정 영장(administrative warrant)과 사법 영장(judicial warrant)의 차이를 알고, 직원들에게도 이를 사전에 교육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법 영장만이 ICE에게 사업장 내부 수색 권한을 부여하며, 행정 영장은 이민판사가 발부한 것으로 건물 내 진입의 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이 구별을 모르고 문을 열어 주는 것과 영장의 종류를 확인한 뒤 대응하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단속의 그물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는 환경에서, 법적 대비를 갖추고 있느냐 아니냐는 사업의 존속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밀란의 식당 주인, 조지아의 네일살롱 주인, 뉴저지의 한인 자영업자 — 위치와 업종은 달라도 직면하는 현실은 같습니다. 준비 없이 단속을 맞이하는 것과 법적 절차를 갖추고 맞이하는 것은, 사업체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차이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NEW YORK OFFICE (Flushing) 35-24 154th Street, Flushing, NY 11354

(T) 718-353-2699 (F) 718-353-8132

NEW JERSEY OFFICE 560 Sylvan Avenue, 3Fl., Englewood Cliffs, NJ 07632

(T) 201-449-0009

Subscribe To Our Newsletter

Get updates and learn from the best

More To Explore

General

태평양 너머의 작업복

한국 노동자 단기 파견, B-1과 ESTA의 경계에서 조지아주 사바나 근교의 배터리 공장 부지. 2025년 9월 4일, 이곳에서 미국 역사상 단일 사업장 기준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이 벌어졌습니다. 국토안보부 발표에 따르면 이날 체포된 인원은 475명이며, 이 가운데 다수가 한국 국적자로 확인되었습니다. 공장은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43억 달러를 투자한 합작 법인이었고, 체포된 이들 상당수는 장비 설치와 시운전을 위해

General

어느 봄날의 면접실 앞에서

영주권 인터뷰, 30분을 위한 긴 준비 뉴욕주 필드오피스 2층 대기실. 영주권 면접을 앞둔 부부가 서류 파일을 한 번 더 펼쳐 봅니다. 결혼 후 함께 찍은 사진, 공동 명의의 리스 계약서, 아이의 출생증명서, 지난 3년치 은행 명세. 이미 수없이 확인한 것들인데도 손끝이 떨립니다. 인터뷰 자체는 길어야 30분 남짓이지만, 그 30분을 위해 지난 몇 달 동안 수천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주십시요.

법률문제로 상담이 필요하신가요?

면책 고지 (Legal Disclaimer)
ko_KR
위로 스크롤

Learn how we helped 100 top brands gain success.

Let's have a 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