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27일, H-1B 비자 추첨 결과가 공개되기 시작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이 추첨은 미국에서 일하려는 외국인 전문직 근로자 수만 명의 운명을 가르는 관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결이 달랐습니다. 지난 2월 27일 정식 시행된 ‘임금 기반 가중 추첨제’가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같은 추첨장에 서 있어도 누군가에게는 문이 넓어지고 누군가에게는 문이 좁아졌습니다. 연봉이 높으면 추첨에서 유리하고, 낮으면 불리합니다. 15년 넘게 유지되어 온 무작위 추첨의 시대가 끝나고, 임금의 크기가 당락을 좌우하는 새로운 질서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번 첫 결과가 보여준 숫자들은 그 변화의 깊이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동시에 빅테크 기업들의 H-1B 청원 감소, 10만 달러 신규 수수료를 둘러싼 연방법원 소송, 그리고 새로운 양식 I-129의 강화된 요구사항까지 겹치면서, H-1B 비자를 둘러싼 환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숫자가 말하는 새로운 현실
“같은 출발선에 섰지만, 같은 경주가 아니었다.”
미국 이민국(USCIS)은 3월 31일 FY2027 회계연도(2026년 10월~2027년 9월) H-1B 추첨 선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등록 기간은 3월 4일부터 19일까지였으며, 연간 쿼터 85,000명—일반 65,000명과 미국 석사 이상 학위 소지자 면제(advanced degree exemption) 20,000명—을 채우기에 충분한 등록이 접수되었습니다. 전자등록비는 건당 215달러입니다.
이번이 역대 처음으로 임금 수준별 가중치가 적용된 추첨이었고, 결과는 극명했습니다. 노동부(DOL) 직종별 고용·임금 통계(OEWS)를 기준으로 산정된 임금 Level별 선발률을 보면, Level I(초급)은 약 15%, Level II(중급)는 약 31%, Level III(경력)는 약 46%, Level IV(전문가)는 약 61%에 달했습니다. 국토안보부(DHS)가 설계한 가중치 구조—Level I에 1배, Level II에 2배, Level III에 3배, Level IV에 4배의 가상 등록 건수를 부여하는 체계—가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한 셈입니다.
한 이민법 로펌이 자사 등록 건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Level III와 IV 등록자의 선발률은 Level I 대비 2.5~2.8배 높게 나타나 DHS의 배수 설계와 방향이 일치했습니다. 전체 선발률은 34~42%로, 지난해 FY2026의 35.3%와 표면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평균은 실상을 가립니다. Level IV 지원자에게 이번 추첨은 열에 여섯이 통과하는 기회였지만, Level I 지원자에게는 열에 둘도 채 되지 않는 좁은 문이었습니다. 같은 85,000이라는 파이를 나누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 것입니다.
이 변화의 무게를 실감하려면 과거와 비교해 보아야 합니다. 지난 15년간 H-1B 추첨은 철저히 무작위였습니다.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든, 20년 경력의 수석 연구원이든, 연봉 6만 달러든 20만 달러든 추첨에서 동일한 확률을 가졌습니다. 그것이 공정하다고 보는 시각도,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습니다. 이제 미국 정부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FY2026 무작위 추첨에서는 모든 임금 Level의 선발률이 약 35%로 동일했으나, 가중 추첨이 적용된 FY2027에서 Level I은 약 15%로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Level IV 지원자는 약 61%로 오히려 크게 상승했습니다. 경험과 임금 수준이 곧 추첨의 무게가 되는 시대, 그 첫 번째 시험의 결과가 보여준 것은 제도 설계자의 의도가 현실에서도 관철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빅테크의 후퇴, 엔비디아의 역주행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모든 배가 같은 곳으로 향하지는 않는다.”
가중 추첨제와 함께 시행된 10만 달러 수수료가 산업 지형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2025년 9월 21일 발효된 대통령 포고에 따라, 해외에서 새로 H-1B를 신청하는 근로자에 대해 10만 달러의 추가 수수료가 부과되고 있습니다. 이 비용은 대부분 고용주가 부담하며, 기존 H-1B의 연장이나 고용주 변경에는 적용되지 않지만, 신규 해외 채용의 문턱을 극적으로 높였습니다.
변화는 수치로 드러납니다. 노동부 노동조건신청(LCA) 인증 데이터에 따르면, FY2026 1분기 아마존의 H-1B 인증 건수는 4,647건에서 3,057건으로 34% 감소했습니다. 메타와 구글은 청원 건수가 약 절반으로 줄었고, 마이크로소프트, IBM, 세일즈포스, 애플, 테슬라도 일제히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비용 부담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아마존은 올해 1월 기업직 1만 6천 명을 감원한 데 이어, 지난 10월에도 1만 4천 명을 줄인 바 있습니다. 메타는 3월에 수백 명을 정리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5~7월 사이 1만 5천 명을 감축했습니다. 기술 산업 전반의 고용 위축과 10만 달러 수수료가 겹치면서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은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닙니다. 엔비디아(Nvidia)는 같은 기간 H-1B 청원을 369건에서 434건으로 약 18% 늘렸습니다. AI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고급 인재에 대한 수요가 10만 달러 수수료와 가중 추첨이라는 이중 역풍마저 뚫고 나아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 인재 확보 경쟁은 정책 변화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편 F-1 학생 비자 발급이 전년 대비 36% 감소한 상황까지 감안하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인재 파이프라인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유학생 감소는 곧 향후 H-1B 지원자 풀의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법정에 선 10만 달러
“법 앞에서 모든 수수료는 그 정당성을 증명해야 한다.”
10만 달러 수수료는 시행과 동시에 법적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롭 본타(Rob Bonta)를 필두로 20개 주 법무장관이 연합하여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미 상공회의소(Chamber of Commerce)도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별도 소송을 제기했고, 간호 인력 채용 업체인 글로벌 너스 포스(Global Nurse Force)도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법원에서 독자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최소 3건의 소송이 연방법원에 계류 중입니다.
원고 측의 핵심 논거는 이렇습니다. 연방 이민국적법(INA)은 이민국 수수료를 심사에 소요되는 실제 비용에 기반하여 설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10만 달러는 실제 심사 비용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징벌적 부과금에 해당하며, 대통령 포고를 통해 의회의 수수료 설정 권한을 우회한 것은 행정절차법(APA)과 헌법을 위반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너스 포스 측은 미국 전역의 간호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에서 10만 달러 수수료가 필수 의료 인력의 유입을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법원의 판단은 엇갈리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23일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수수료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으나, 원고 측은 즉시 항소했습니다. 항소법원은 신속심리 일정을 잡아 올해 1월에 원고 측 항소 서면과 정부 측 답변서를 교환한 후, 3월 9일 구두변론을 진행했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4~5월 중 예비적 금지명령(preliminary injunction)이 내려져 수수료 징수가 일시 중단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만약 금지명령이 발효된다면, 이미 납부한 수수료의 환급 여부와 진행 중인 청원의 처리 방식이 다음 쟁점이 될 것입니다. 반대로 정부가 승소할 경우, 10만 달러 수수료는 H-1B 제도의 영구적인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 소송의 결과는 향후 수년간 미국의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 구조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입니다.
새 양식 I-129와 한인 신청자가 알아야 할 것
“규칙이 바뀌면, 준비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올해 4월 1일부터 모든 H-1B 청원은 반드시 2월 27일자 개정 양식 I-129(비이민 근로자 청원서)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전 양식으로 접수하면 자동 반려(reject)됩니다. 새 양식은 단순한 서식 변경이 아닙니다. 고용주에게 OEWS 임금 수준 근거 자료를 첨부하도록 요구하며, 직무의 최소 학력, 경력 연수, 전공 분야, 감독 업무 여부, 특수 기술 요건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합니다. 이 항목들은 노동부가 적정임금 수준(prevailing wage level)을 결정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기준입니다. 등록 시 신고한 임금 수준과 청원서 내용이 일치하는지 이민국이 교차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 것입니다. 양식의 내용이 등록 정보와 불일치할 경우, 보정 요청(RFE)이나 거부(denial)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꼼꼼한 준비가 필수적입니다.
한인 IT 종사자들에게 이번 변화는 각별한 주의를 요합니다. 한인 개발자와 엔지니어 상당수가 Level I~II 임금 구간에서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가중 추첨제 하에서 이 구간의 선발률이 15~31%에 불과하다는 것은,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도 임금 수준 하나로 추첨 결과가 갈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고용주와 함께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와 임금 수준을 재검토하고, 경력과 기술에 걸맞은 Level III 이상의 포지션으로 청원을 구성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추첨 자체를 피할 수 있는 경로도 있습니다. 대학, 비영리 연구기관, 정부 관련 기관 등 캡 면제(cap-exempt) 고용주를 통한 청원은 85,000명 쿼터에 포함되지 않아 추첨 없이 접수할 수 있습니다. O-1(탁월한 능력) 비자나 L-1(기업 내 전근) 비자처럼 추첨이 필요 없는 비이민 비자 카테고리를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한 동시에 여러 고용주가 같은 수혜자를 중복 등록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으므로, 등록 전 고용주 간 조율이 필요합니다. 선발된 청원의 접수 기간은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이며, 기한 내 미접수 시 선발이 무효화됩니다.
이번 FY2027 H-1B 추첨은 하나의 분명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H-1B 비자 추첨은 더 이상 순수한 운의 영역이 아닙니다. 임금이 높을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구조는 미국이 원하는 이민자의 윤곽을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고숙련, 고임금 인재를 우선시하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추첨 알고리즘에 그대로 녹아든 것입니다.
빅테크의 채용 위축과 10만 달러 수수료는 이 변화의 양면입니다. 기업에는 외국인 채용의 비용 부담이, 근로자에게는 선발의 불확실성이 커졌습니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역주행이 보여주듯, 대체 불가능한 인재에 대한 수요는 어떤 규제 장벽으로도 완전히 차단할 수 없습니다. 제도가 바뀌어도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서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의 의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그 기회가 이전보다 훨씬 좁은 통로를 통해서만 열린다는 것입니다.
한인 전문직 종사자에게 이번 결과가 남기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추첨의 운에 의존하기보다 임금 협상력을 키우고, 커리어 궤적을 Level III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장기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10만 달러 수수료 소송의 향방도 주시해야 합니다. 법원이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린다면, 해외에서 H-1B를 준비하는 신청자들에게 비용 부담이 크게 줄어드는 기회가 열릴 수 있습니다. H-1B의 규칙이 근본적으로 바뀐 이상, 그에 맞는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발 앞선 준비만이 이 새로운 질서 속에서 기회를 잡는 길입니다. 추첨의 무게가 달라진 만큼, 준비의 무게도 달라져야 할 때입니다. 이번 FY2027의 결과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내년 FY2028 추첨은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많은 지원자가 Level 상향 전략을 취할 것이고, 경쟁의 양상은 또다시 변할 것입니다. 변화를 읽는 자만이 기회를 잡습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NEW YORK OFFICE (Flushing) 35-24 154th Street, Flushing, NY 11354
(T) 718-353-2699 (F) 718-353-8132
NEW JERSEY OFFICE 560 Sylvan Avenue, 3Fl., Englewood Cliffs, NJ 07632
(T) 201-449-0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