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영주권 문호, 취업 2순위, 3순위 영주권 접수 가능
미국 국무부가 매달 발표하는 비자 불레틴 (영주권문호)은 영주권 대기자들에게 일종의 기상예보입니다. 자신의 순번이 언제 올지, 대기열이 줄어들고 있는지 늘어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거의 유일한 공식 지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민법 변호사 사무실에 걸려오는 전화 중 상당수가 ‘이번 달 영주권 문호발표 보셨나요?’로 시작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2026년 4월 영주권문호 발표는 예보가 아니라 속보에 가까웠습니다. 취업이민 2순위(EB-2)의 카테고리가 Final Action Date (영주권 승인 가능일) 기준으로, 3순위(EB-3)는 USCIS가 적용하는 Dates for Filing (영주권 신청 가능일) 기준으로 모두 ‘커런트(Current)’, 즉 대기 없음 상태가 된 것입니다. I-140 이민청원이 승인된 상태에서 순번만 기다리던 한인 취업영주권 대기자들에게, 그동안 닫혀 있던 문이 갑자기 열린 셈입니다. 다만 이 문이 언제 다시 닫힐지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4월의 봄바람이 9월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기에는, 이민법의 계절은 너무나 변덕스럽습니다.
◆ 빈 좌석의 역설 — 여행금지령이 만든 의외의 수혜
4월 문호 발표에서 EB-2와 EB-3가 커런트에 도달한 것은 갑작스러운 행운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지난 1년간 겹겹이 쌓인 입국 제한 조치라는 구조적 배경이 놓여 있습니다. 미국 취업이민 비자는 회계연도(FY)마다 법정 최소 14만 건이 배정됩니다. 이 번호는 전 세계 신청자가 나눠 쓰는 것인데, 특정 국가에서 비자가 사용되지 못하면 남은 번호가 다른 국가 신청자에게로 흘러갑니다. 이민국적법(INA)의 비자 배분 규정이 이 재배분의 법적 근거입니다.
2025년 6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은 대통령 포고 10949호를 발령하여 19개국 국민에 대한 입국을 전면 또는 부분적으로 금지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란, 소말리아, 예멘 등 12개국은 이민비자와 비이민비자 모두 전면 금지되었고, 나머지 7개국은 이민비자와 B(방문), F(학생), M(직업훈련), J(교환방문) 비자 발급이 중단되었습니다. 6개월 뒤인 12월 16일에는 포고 10998호가 뒤를 이어 금지 대상을 39개국으로 확대했고, 이 조치는 2026년 1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기존 19개국에 대한 금지를 유지하면서 20개국이 새로 추가되었으며, 이전 포고에서 인정되던 미국 시민권자 직계가족에 대한 예외 조항까지 삭제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국무부는 2026년 1월 21일부터 별도의 행정 조치로 75개국 국민에 대한 이민비자 발급을 무기한 중단했습니다. 해당 국가 출신 이민자가 공적 부조(Public Charge)에 의존할 위험이 높다는 판단이 그 근거였습니다.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추산에 따르면, 이 조치만으로 연간 약 32만 4천 건의 합법 이민이 차단될 수 있으며, 이는 전체 이민비자 발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39개국 여행금지와 75개국 비자 발급 중단, 이 두 조치가 겹치면서 해외 영사관의 이민비자 발급 건수가 급감했습니다. 발급되지 않은 비자 번호는 미사용 상태로 남게 되고, 국무부는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에 이 번호가 낭비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른 카테고리의 우선일자를 공격적으로 전진시킵니다. EB-2와 EB-3 Rest of World가 커런트가 된 것은 바로 이 구조적 메커니즘의 결과입니다. 누군가의 문이 닫힌 덕분에 다른 누군가의 문이 열린, 이민법 특유의 냉정한 제로섬 산술입니다.
◆ 숫자가 말하는 것 — 4월 불레틴의 구체적 풍경
4월 영주권문호의 취업이민 카테고리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Final Action Date 기준으로 EB-2는 중국과 인도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접수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멕시코, 필리핀을 포함한 국가가 우선일자에 상관없이 영주권 최종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B-3도 USCIS가 적용하는 접수가능일 기준으로 문호가 열려서 접수 가능 상태에 도달했습니다. Final Action Date는 2024년 6월 1일까지 전진했습니다. 3월 비자 불레틴에서 EB-3 Final Action Date는 2023년 10월 1일이었고, 2024년 1월 15일은 Final Action Date가 아니라 Dates for Filing 날짜였습니다. 따라서 Final Action Date끼리 비교하면 4월의 2024년 6월 1일은 약 8개월 전진한 것으로, 이례적인 속도입니다. 이런 속도의 전진은 정상적인 비자 수요 환경에서는 보기 어려운 것으로, 앞서 분석한 여행금지와 비자 발급 중단의 영향이 수치로 드러난 대목입니다. 이전에는 취업영주권 케이스는 이민국 접수일을 영주권 승인가능일 (Final Action Date)로 해오던 이민국이 근래에 들어 접수가능일 (Dates for Filing)을 기준으로 하기 시작했고 4월에도 Dates for Filing 차트를 적용한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이는 2025년 10월 이후 6개월 연속 같은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충분한 비자 번호가 확보되어 있다는 이민국의 판단을 반영합니다. Dates for Filing차트 적용이 실무적으로 중요한 이유는, Final Action Date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신청자도 Dates for Filing의 날짜만 충족하면 I-485를 접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I-485 접수만으로도 취업허가서(EAD)와 사전입국허가서(Advance Parole) 신청 자격이 열리므로, 이 두 차트의 차이는 대기자의 직업 선택과 해외여행 가능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비자 불레틴을 읽을 때 Final Action Date만 보고 자신의 상황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드시 USCIS가 어느 차트를 적용하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 기회의 창, 그리고 닫히는 시계 — 후퇴 가능성에 대한 냉정한 전망
Current (문호가 열렸다)라는 단어가 주는 안도감은 실제적입니다. 그러나 이 상태가 FY2026 회계연도 말인 2026년 9월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국무부는 4월 불레틴 자체에 직접 경고문을 포함시켰습니다. ‘추가적인 이민비자 수요가 현실화되거나 행정 조치가 수정될 경우, 연간 발급 한도를 지키기 위해 후퇴(retrogression)가 필요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국무부는 통상적으로 회계연도 전반기에 우선일자를 공격적으로 전진시켜 비자 번호가 미사용으로 소멸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수요가 예측보다 적으면 전진 폭이 커지고, 예측을 초과하면 후퇴로 조정합니다. 4월의 대폭 전진은 현재까지 비자 사용 실적이 국무부의 예상치를 크게 밑돈다는 분명한 신호입니다. 문제는 바로 이 전진이 새로운 수요를 폭발적으로 자극하는 자기실현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커런트 소식을 접하고 I-485를 서둘러 접수하는 신청자가 급증하면, 그 접수량 자체가 다음 달 또는 몇 개월 후 후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FY2026 3분기 말인 6월에서 7월, 또는 4분기 초인 8월에 후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상반기의 공격적 전진이 하반기 후퇴로 이어진 패턴은 반복적으로 관찰되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로 FY2025에도 EB-2 비자가 회계연도 말에 전량 소진되어, 2025년 10월 새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신규 발급이 중단된 바 있습니다. 여행금지령이 해제되거나 75개국 비자 발급 중단이 완화될 경우에도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로 후퇴가 촉발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입국 제한 조치가 유지되는 한 비자 잉여 상태가 더 오래 지속될 가능성도 있지만, 행정부의 이민 정책 기조가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 한인 취업영주권 대기자의 실전 대응
한국 국적자는 비자 불레틴에서 Rest of World로 분류됩니다. 인도나 중국처럼 국가별 한도에 걸려 수년, 십 수년간 대기하는 상황과는 다릅니다. EB-2와 EB-3 모두 커런트인 현재, PERM이 승인된 한인이라면 우선일자에 관계없이 I-140과 I-485 신분조정 신청서를 함께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대기열에 이름을 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I-485 접수가 가져오는 실질적 변화는 여러 겹입니다. 취업허가서(EAD)를 통해 현재 고용주에 묶이지 않는 직업 이동의 자유가 생깁니다. H-1B 비자 소지자가 이직하려면 새 고용주의 스폰서십과 비자 이전(transfer)이 필요하지만, EAD가 있으면 이 제약에서 벗어납니다. 사전입국허가서(Advance Parole)를 받으면 해외여행 후 재입국이 가능해져, 현재 비이민 비자 소지자들이 해외여행 시 겪는 재입국 거부 위험에서도 자유로워집니다. 무엇보다 I-485가 접수된 이상, 설령 이후에 비자 불레틴이 후퇴하더라도 접수 자체가 무효화되지는 않습니다. 최종 심사가 지연될 수는 있지만, 적법하게 접수된 케이스가 후퇴를 이유로 취소되지는 않습니다.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은, I-140 승인 후 180일이 경과한 상황에서 고용상황에 변화가 생기더라도 (예: 고용주 변경) 우선일자는 보존되므로 이후 같은 직종 또는 유사 직종의 새 일자리 제안이 있다면 고용주를 바꿔서도 계속 진행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I-485와 함께 I-765(EAD 신청)와 I-131(Advance Parole 신청)을 동시 제출하는 것이 일반적인 실무 관행이며, 배우자와 21세 미만 미혼 자녀도 함께 접수할 수 있습니다.
현재 H-1B나 L-1으로 미국 내에 체류 중인 한인들은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 경로를 통해 진행할 수 있어, 해외 영사관의 비자 발급 중단이나 처리 지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현 행정부의 영사관 심사 강화 기조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처리 지연이 보고되고 있어, 미국 내에서 신분조정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 경로가 시간과 예측 가능성 면에서 더 안정적입니다.
맺음말
4월 비자 불레틴이 보여준 EB-2와 EB-3의 커런트 상태는 분명 반가운 소식입니다. 그러나 이 변화의 이면에는 여행금지령과 비자 발급 중단이라는, 다른 이민자 집단이 겪고 있는 고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 카테고리의 전진이 다른 카테고리의 제한에서 비롯된다는 현실은, 연간 비자 발급 총량이 법으로 고정된 미국 이민 시스템의 제로섬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특정 집단의 기회는 늘 다른 집단의 희생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용적 관점에서 정리하면, 지금은 PERM 승인을 받은 한인 취업영주권 대기자들이 I-485를 접수할 수 있는 분명한 기회의 창입니다. 이 창이 FY2026 회계연도가 끝나는 9월까지 열려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7월이나 8월에 후퇴가 올 수 있다는 경고는 과거 패턴과 국무부의 공식 언급에 근거한 것입니다.
정책은 행정명령 하나로 바뀌고, 비자 번호는 수요에 따라 유동합니다. 그렇기에 기회가 열렸을 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I-485 접수는 비자 불레틴이 후퇴하더라도 무효화되지 않는, 그 자체로 하나의 안전장치입니다. 빗장이 열린 지금, PERM 승인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이라면 문 앞에서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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