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변호사 선택과 ‘Notario’ 사기, 한인 사회의 함정

이민자가 처음 미국에서 부딪히는 벽은 영어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누구를 믿어야 서류가 정확히 접수되고, 한 번뿐인 기회를 잃지 않는지 그 판단이 결과를 가른 사례를 매주 마주합니다.

퀸즈와 뉴저지의 한인 동네에서 같은 풍경이 반복됩니다. 동포 신문에 큼지막한 광고가 실리고, 교회 형님이 “잘 아는 사람”을 소개하고, 세무사 사무실 한쪽에서 이민 서류를 “같이 봐 준다”는 안내가 붙습니다. 친절하고 익숙해서 의심하기 어려운 이 풍경 안에 미국법이 명확히 금지하는 무자격 이민법 실무가 섞여 있습니다.

1. ‘노타리오’라는 단어가 만든 거대한 오해

“같은 단어라도 국경을 넘으면 권한이 사라집니다.”

라틴아메리카와 스페인의 법 전통에서 ‘notario público’는 미국의 notary public보다 훨씬 넓은 공증·계약·재산거래 권한을 가진 고도의 법률전문직입니다. 변호사(abogado)와는 구분되는 별개의 직역이고, 구체적인 자격과 권한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반면 미국의 notary public은 서명 진위와 본인 확인을 인증하는 보조 직책에 가깝고, 이민법에 관한 법률조언을 할 권한이 없습니다. 이름이 같지만 권한은 전혀 다릅니다. USCIS는 공식 ‘Avoid Scams’ 페이지에서 이 점을 한 줄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오직 변호사와 법무부(DOJ)가 인정한 단체의 인가 대리인(accredited representative)만 이민 사안에서 법률조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인 사회에서 ‘notario’ 자체보다 더 흔한 변형이 있습니다. “이민국에서 일했다”는 이력을 앞세우는 컨설턴트, 세무·회계 사무실 한쪽에서 “같이 봐 준다”는 형태로 이민 서류를 받는 사례, 교회·동향 모임에서 “형님이 다 아는 분”이라고 소개되는 비공식 알선이 그것입니다. 호칭은 ‘notario’가 아니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변호사 자격도, BIA 인가도 없는 사람이 비용을 받고 이민 사건을 맡는 행위입니다. 뉴욕주는 이를 정면으로 막기 위해 일반사업법(General Business Law) Article 28-C(Immigrant Assistance Services)를 두고 있습니다. 이 법은 비변호사 이민 보조 사업자가 고객에게 특별한 이민 전문자격이나 법률조언 권한이 있다고 믿게 할 만한 방식으로 ‘notario’, ‘notario público’ 같은 명칭을 사용하거나 광고하는 것을 금지합니다(§460-d). 다만 뉴욕주 국무장관으로부터 적법하게 임명된 공증인이 ‘notary public’이라는 영문 명칭 자체를 쓰는 것은 별개입니다. 광고에는 “본인은 변호사가 아니며 BIA 인가도 받지 않았다”는 고지를 넣어야 하고, 서면 계약 없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며, 손님에게는 원칙적으로 3 영업일 무수수료 취소권이 있습니다(긴급 사유 시 서면으로 포기 가능). 뉴저지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형법 §2C:21-31은 무자격 이민 컨설턴트가 사실상 법률 실무를 수행하면 4급 범죄, 변호사를 자칭하거나 그렇게 광고하면 3급 범죄로 다루도록 규정합니다.

2. 동포 사회 특유의 함정 — 신뢰가 검증을 대체할 때

“친한 사이에서 시작된 거래일수록 더 차가운 확인이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같은 민족·종교·언어 공동체 안에서 신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사기를 affinity fraud(공동체 신뢰 기반 사기)라고 부릅니다. 연방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연방수사국(FBI)은 이 유형이 이민자 사회에서 특히 잘 작동한다고 경고합니다. 공동체 안의 정보 흐름이 외부와 단절되어 있고, 언어 장벽 때문에 검증 비용이 크며, 신분 문제 노출에 대한 두려움이 신고를 늦추기 때문입니다.

한인 사회의 사례는 이민 컨설턴트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2025년 2월, 플러싱에서 활동하다가 이미 2020년에 변호사 자격을 박탈(disbar)당한 한 인물이 한인 부동산 클라이언트 등의 에스크로 자금을 빼돌린 사건에서 연방법원으로부터 54개월(4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원은 약 327만 달러 압수와 약 329만 달러의 피해자 배상을 함께 명령했습니다. 보도된 공소사실을 보면 “한인 변호사”라는 신뢰만으로 검토 없는 큰 액수의 자금이 한 사람의 계좌로 모였고, 자격이 박탈된 뒤에도 일부 거래가 이어졌습니다. 한 번 받은 자격이 지금도 유효한 것은 아니며, 현재 유효성과 징계 기록을 직접 확인하는 일이 자격증보다 중요함을 보여 주는 사건입니다.

더 일상적인 함정은 “세무사가 이민도 봐 준다”, “여행사가 비자 신청을 도와준다”, “교회 집사님이 잘 아는 분이 있다”는 형식으로 들어옵니다. 뉴저지 검찰총장 산하 소비자보호국(Division of Consumer Affairs)이 잠입 조사를 통해 적발한 사례 중에는 노타리오·세무사·여행사가 변호사만 할 수 있는 이민 업무를 1,500달러를 넘는 비용으로 받은 경우가 있었습니다. 잘못 작성된 서류는 돈만 잃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잘못된 칸 한 줄, 빠진 페이지 한 장이 영주권 거절, 입국 거부, 추방 절차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3. 5분 안에 끝나는 자격 확인 — 실용 절차

“신뢰는 출발점이고, 검증은 의무입니다.”

현장에서 권하는 가장 간단한 점검은 세 단계입니다. 첫째, 변호사라고 소개받았다면 해당 주의 공식 변호사 명부에서 직접 검색해 봅니다. 뉴욕주는 통합법원행정처(OCA)의 변호사 검색(iapps.courts.state.ny.us/attorneyservices)에서, 뉴저지주는 NJ Courts의 변호사 검색 포털(portalattysearch-cloud.njcourts.gov)에서 이름 또는 등록번호로 조회할 수 있습니다. 현재 자격 유무, 등록 상태, 사무실 위치, 징계 이력이 표시됩니다. 검색에서 이름이 나오지 않거나 “resigned”, “disbarred”, “suspended” 표시가 있다면 이민 서류를 맡길 자격이 없는 사람입니다.

둘째, 변호사가 아닌 비영리단체의 직원이 케이스를 도와준다고 한다면 그 단체와 담당자가 법무부 EOIR의 인가(recognition·accreditation)를 받았는지 확인합니다. EOIR이 공개하는 “Recognized Organizations and Accredited Representatives Roster”는 주별·도시별 명단을 PDF로 제공합니다. 이 명단에 없는 비영리 직원, 종교단체 자원봉사자, 커뮤니티 센터 상담원이 본인 이름으로 이민 사건을 맡고 비용을 받는다면 그 자체가 무자격 실무입니다.

셋째, 사건이 정식으로 시작되는지 확인합니다. USCIS에 변호사나 인가 대리인이 정식 등재되었다면 Form G-28(Notice of Entry of Appearance as Attorney or Accredited Representative)이 신청서와 함께 접수되고, 이후 모든 통지·결정문·인터뷰 일정이 대리인에게 직접 전달됩니다. G-28을 작성하지 않으려는 사람, 본인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 “신청서에는 본인이 직접 한 것으로 하자”고 안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가 적신호입니다. USCIS는 또한 Western Union, MoneyGram, PayPal, Venmo, 기프트카드 등으로는 수수료를 받지 않습니다. 공식 이메일·웹사이트는 .gov로 끝나지만, 사기범이 이를 위장하기도 하므로 의심스러우면 USCIS에 직접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4. 이미 피해를 입었다면, 침묵보다 신고가 빠르게 회복을 만듭니다

“체류 신분이 약하다는 이유로 신고가 막히지는 않습니다.”

피해 사실이 드러난 뒤에 가장 자주 듣는 말은 “신고했다가 신분이 더 위험해질까 봐 못 했다”는 것입니다. USCIS는 사기 신고가 신청자의 케이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신고 채널은 사안에 따라 나누어 쓰면 효율적입니다.

이민 혜택과 직접 관련된 사기는 USCIS Tip Form(uscis.gov/report-fraud/uscis-tip-form)에 익명으로도 접수할 수 있습니다. 이민법원·BIA 단계에서의 무자격 실무, 이민자 대상 사기 일반은 법무부 EOIR의 사기·남용 방지 프로그램(Fraud and Abuse Prevention Program)이 877-388-3840과 EOIR.Fraud.Program@usdoj.gov로 접수합니다(평일 8시~16시 ET). 주 정부 차원에서는 뉴욕주 검찰총장실의 이민 서비스 사기 핫라인 (212) 416-6149, 뉴저지주 검찰총장 산하 소비자보호국 1-800-242-5846(주내)·973-504-6200이 별도로 운영됩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는 reportfraud.ftc.gov에서 영어·스페인어로 신고를 받고, (877) 382-4357을 누르고 3을 선택하면 통역사를 통해 다른 언어로도 접수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 본인의 비위가 의심된다면 별도의 길이 있습니다. 뉴욕주는 변호사 사무실이 위치한 카운티 관할 항소심 부서(Appellate Division) 산하 Attorney Grievance Committee가, 뉴저지주는 대법원 산하 Office of Attorney Ethics(609-403-7800, oae.mbx@njcourts.gov)가 서면 진정을 받습니다. 두 절차 모두 변호사가 아닌 일반 시민이 직접 신청할 수 있고,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진정 자체가 신청자의 이민 신분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맺음말

한인 사회의 미덕인 정과 신뢰는 이민자에게 가장 큰 자산입니다. 그러나 이민법 영역에서 그 신뢰는 검증 절차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이름이 비슷하다고 권한이 같지 않고, 친절하다고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며, 같은 동포라고 늘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사건을 맡기기 전 5분이면 끝나는 일이 있습니다. 주 변호사 검색에서 이름을 두드려 보고, EOIR 명단을 확인하고, G-28에 본인 이름이 정식으로 들어가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이미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고 느꼈다면, 가장 빨리 회복을 시작하는 방법은 침묵이 아니라 정확한 채널로의 신고입니다. 공동체의 자정은 거창한 캠페인이 아니라 이런 확인 하나하나에서 시작됩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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