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를 우선적으로 추방하겠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단속 기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국경 담당관 톰 호만(Tom Homan)은 취임 직후부터 “범죄 불법 외국인이 최우선”이라고 반복했고, 백악관은 “최악 중의 최악(the worst of the worst)”을 제거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연방 데이터는 그 약속과 다른 현실을 보여줍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 시설에 수용된 사람 중 약 74%가 미국 내 범죄 전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비율은 5%에 불과합니다. 약속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연방 정부 자체의 데이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구금 인원은 역대 최다를 경신하고, 구금 중 사망자도 기록적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한인 커뮤니티에게도 중요한 시점입니다.
74%, 그리고 올라가는 추세
“통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거짓말쟁이는 통계를 사용한다.”
2026년 1월 25일 기준, ICE 구금 시설에 수용된 70,766명 중 52,504명, 즉 74.2%가 미국 내 형사 유죄판결 기록이 없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 분석에 따르면, 폭력 범죄 전과가 있는 구금자는 전체의 5%에 불과했습니다. CBS 뉴스가 입수한 내부 문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첫해 동안 ICE가 체포한 사람 중 폭력 범죄 기록이 있는 비율은 14%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86%는 폭력과 무관한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무범죄”가 곧 “합법 체류”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비자 기간 초과 체류(overstay)나 불법 입국 등 이민법 위반 상태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민법 위반은 대부분 민사상 위반(civil violation)이지 형사 범죄(criminal offense)가 아닙니다. 행정부가 “범죄자”를 우선한다고 했을 때, 일반 국민이 떠올리는 범죄자의 이미지와 실제 체포되는 사람들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입니다.
이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승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닷오르그(FactCheck.org)의 시기별 분석이 추세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트럼프 2기 첫 3개월간 무범죄 체포 비율은 21.9%였습니다. 이후 3개월 동안 34.2%로 올랐고, 그 다음 3개월에는 40.5%에 달했습니다. 2026년 1월에는 구금자 중 전과나 기소 이력이 없는 비율이 43%에 이르렀습니다. 별도의 지표인 구금자 유죄판결 비율에서도 같은 추세가 나타납니다. 형사 유죄판결이 있는 구금자의 비율은 2025년 2월의 54%에서 2026년 1월 29%로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오스틴 코처(Austin Kocher) 연구원의 분석은 이 추세를 더 선명하게 요약합니다. FY2026 ICE 구금 인원 증가분의 92%가 유죄판결이 없는 이민자(기소 진행 중인 경우 포함)로 채워졌다는 것입니다. 구금 시설이 확장되고 있지만, 그 확장을 채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범죄와 무관한 이민자입니다. 이 데이터에 대해 국토안보부(DHS)는 반론합니다. 범죄 전과가 없다는 것이 곧 위협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며, 불법 체류 자체가 연방법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DHS는 올해 1월 취임 1주년 보고서에서 “최악의 범죄 불법 외국인”에 대한 단속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그 보고서에서도 체포자 전체 중 범죄 기록이 있는 비율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성과를 개별 사례로 부각하면서 전체 통계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숫자의 불편한 진실을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루 933명, 숫자 뒤의 지역 현실
“한 사람의 통계는 또 다른 사람의 이웃이다.”
워싱턴포스트가 정보자유법(FOIA) 소송을 통해 입수한 연방 데이터(2026년 3월 10일 기준)에 따르면, ICE는 하루 평균 약 933명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미네소타에서 두 명의 미국 시민이 ICE 작전 중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 이후에도, 무범죄 체포 비율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습니다. 호만이 “표적화된 작전”을 약속했음에도 현장에서는 달라진 것이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하루 933명이면, 한 달에 약 28,000명입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33만 명이 넘는 규모로, 이는 표적 작전이라기보다는 대규모 소탕에 가까운 수치입니다.
지역별 데이터는 이 현상의 구체적인 얼굴을 보여줍니다. 워싱턴 D.C., 메릴랜드, 버지니아 일원에서는 2025년 1월 20일부터 2026년 3월 10일까지 약 19,500명이 ICE에 체포되었습니다. 이 중 약 11,600명, 60%가 범죄 기록이 없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마지막 1년간 이 지역의 ICE 체포 건수가 약 3,800건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증가분의 대부분이 범죄 이력 없는 이민자에게서 나온 것입니다. 메릴랜드에서는 지난 8월 이후 체포자의 70%가 무범죄자였으며, 올 2월에는 그 비율이 80%에 육박했습니다.
켄터키주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납니다. 트럼프 2기 시작 이후 루이빌과 볼링그린 ICE 사무소 관할에서 약 3,500명이 체포되었고, 체포된 사람의 78%가 추방으로 이어졌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 추방률 42%와 비교하면 거의 두 배입니다. 두 지역 사무소에서 월평균 250명 이상이 체포되고 있으며, 이는 대도시가 아닌 지방에서도 단속의 그물망이 촘촘해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워싱턴주에서도 최근 ICE 데이터가 체포 급증을 보여주었으며, 전국적으로 이민자 밀집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단속이 확대되는 추세가 뚜렷합니다. 이러한 전국적 확산은 특정 도시나 주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연방 정책의 체계적 실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NBC 뉴스에 따르면, 범죄 전과 없는 이민자의 체포 건수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8배 증가했습니다. 이전 행정부에서는 범죄 기록이 있는 이민자를 중심으로 단속 자원을 집중했지만, 현 행정부는 체류 자격 위반 자체를 단속의 충분한 사유로 삼아 접근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입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숫자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범죄자 우선”의 이면
“말과 행동 사이에 정책이 있다.”
톰 호만은 NBC 뉴스 인터뷰에서 중요한 단서를 남겼습니다. “범죄 불법 외국인을 우선시한다고 말할 때, 그들은 단지 우선순위일 뿐입니다. 여러 번 말했습니다. 불법 체류 중이라면, 당신은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밖에서 찾는 중에 당신을 발견하면, 체포할 것입니다.” 이 발언은 “범죄자 우선”이라는 구호가 “범죄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행정부 고위 관리가 직접 확인한 것입니다.
호만은 또한 NBC 뉴스가 올해 2월 보도한 인터뷰에서 “미국 국민의 신뢰를 유지하려면 작전이 표적화되어야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이 경고 뒤에는 여론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NPR/PBS/매리스트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3분의 2가 ICE가 “너무 지나쳤다(gone too far)”고 답했습니다. 공화당 지도부 내에서도 “대규모 추방”에서 “범죄자 추방”으로 메시지를 전환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하원의장도 “궤도 수정(course correction)”이 필요하다고 발언했습니다. 텍사스 프라이머리에서는 역대 높은 투표율이 기록되어, 이민 정책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그러나 데이터는 이러한 메시지 전환이 현장의 실제 단속 패턴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루 933명의 체포, 74%의 무범죄 비율은 표적 작전이 아닌 광범위한 그물망 단속의 윤곽을 그립니다. 이 숫자들은 또 다른 질문을 낳습니다. 유한한 단속 자원이 무범죄 이민자 체포에 집중될수록, 실제 범죄자에 대한 단속 역량은 오히려 분산되는 것은 아닌지. 이민 정책 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와 미국 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이러한 광범위한 단속이 오히려 이민자 커뮤니티의 법 집행 기관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범죄 신고와 수사 협조를 위축시킨다고 지적합니다. 범죄 피해를 당해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민자가 늘어나면, 결국 커뮤니티 전체의 치안이 약해지는 역설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는 이론적 우려가 아닙니다. 워싱턴 D.C.에서는 이미 이민자 가정폭력 피해자의 신고율이 눈에 띄게 감소했다는 현장 보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구금 규모와 한인 커뮤니티
“먼 곳의 뉴스가 가까운 곳의 현실이 된다.”
이러한 단속 강화의 직접적인 결과로, 구금 인원은 1월 중 73,000명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 39,000명에서 70%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구금 환경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2026년 들어 4월 초까지 ICE 구금 중 15명이 사망했으며, 트럼프 2기 시작 이후 누적 사망자는 46명에 달합니다. 2025년은 2004년 이후 구금 중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해였고, 2026년은 그 속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NPR은 보도했습니다. 텍사스의 캠프 이스트 몬타나(Camp East Montana) 시설에서만 3명이 사망하여 집중적인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이민위원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의 구금 시스템이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고 책임이 부재하다”고 평가했습니다. 구금 인원의 급증으로 기존 시설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달했고, 긴급 계약으로 확보한 시설의 의료·위생 환경에 대한 감독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데이터가 한인 커뮤니티에 시사하는 바는 작지 않습니다. ICE 체포의 대다수가 범죄 기록과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서류 미비 상태에 있는 한인이라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체포와 추방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뉴욕과 뉴저지는 보호도시(sanctuary city)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지역 경찰이 ICE와 직접 협력하는 287(g) 프로그램의 적용은 제한적이지만, 연방 차원의 단속은 보호도시 여부와 관계없이 진행됩니다. 이민국 방문 시, 법원 출석 시, 심지어 워싱턴 D.C.에서는 도난 차량을 신고하러 경찰서를 방문한 이민자가 ICE에 체포된 사례도 보도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알려지면서 이민자 커뮤니티에서는 범죄 피해를 당해도 신고를 꺼리는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류 미비 상태에 있는 가족이 있다면, 이민 전문 변호사와 사전에 비상 계획을 수립해 두는 것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만약에”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과민 반응이 아니라 합리적 대비가 된 시대입니다. ICE에 체포되었을 때의 권리(묵비권, 변호사 접견권, 서명 전 서류 검토), 비상 연락처, 자녀 양육 위임 계획 등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이 권장됩니다.
숫자는 그 자체로 정치적 입장을 갖지 않습니다. 74%라는 수치가 이민 단속이 잘못되었다거나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숫자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합니다. 현재의 단속은 행정부가 공언한 “범죄자 우선” 기조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하루 933명의 체포, 구금 인원 역대 최다 73,000명, 구금 중 사망 46명. 이 숫자들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은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체포되는 개인과 그 가족입니다. 공식적인 메시지와 실제 데이터 사이의 간극 속에서, 수만 명의 삶이 하루하루 결정되고 있습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 그것이 정보에 기반한 판단의 첫걸음입니다.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숫자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범죄와 무관하게 이 나라에서 일하고, 세금을 내고, 자녀를 키워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데이터는 분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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