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조정(AOS) 재량 강화 정책 PM-602-0199 한 달 — 시민권자 배우자와 H-1B 신청자가 알아야 할 것
2026년 5월 21일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은 미국을 떠나지 않고 비자 신분을 영주권으로 바꾸는 신분조정(AOS·Adjustment of Status)을 더 엄격한 재량으로 심사하겠다는 정책 메모(PM-602-0199)를 내놓았습니다. 발표 직후에는 “이제 대부분의 신청자가 본국으로 돌아가 영주권을 받아야 한다”는 해석이 퍼지며 한인 사회에도 불안이 번졌습니다. 시행 한 달이 지난 지금,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은 그대로인지, 비자 종류별로 무엇을 점검해야 하는지 차분히 짚어 보겠습니다.
보도자료와 메모 본문의 차이
“USCIS는 이번 메모에서 신분조정을 ‘재량이자 행정적 은혜의 문제이며, 통상의 영사 비자 절차를 대신하는 예외적 구제’라고 규정했습니다.”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습니다. 이 메모는 새로운 법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신분조정이 신청자의 권리가 아니라 심사관의 재량이라는 점은 1952년 이민국적법(INA) 245조가 만들어질 때부터 법에 담겨 있던 원칙입니다. 메모가 한 일은 그 재량을 “예외적이고 선호되지 않는 구제”로 다루라고 심사관에게 지시하고, 그 재량을 종전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라는 방향을 제시한 것입니다.
혼선의 실체는 USCIS 스스로의 설명에 있었습니다. 보도자료 제목에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신분조정을 허가한다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정작 메모 본문에는 그 문구가 없습니다. 본문이 말하는 것은 신분조정이 재량이고, 입증 책임은 신청자에게 있으며, 충분한 사유가 있는 케이스에만 승인한다는 것입니다. 보도자료의 강경한 제목이 나온 뒤 이민법 실무자들 사이에서 “대부분의 신청자가 영향을 받는다”는 해석이 퍼졌습니다. 곧이어 국토안보부(DHS) 대변인은 5월 29일 언론을 통해 “기존의 재량 권한을 다시 일깨운 것이며, 심사는 사안별(case-by-case)로 이루어진다”고 해명했습니다. 한 달간 불안을 키운 것은 정책의 내용 자체라기보다 이 오락가락한 설명이었습니다.
H-1B·L-1 이중의도 신청자 — 자격은 그대로입니다
“USCIS 메모는 H-1B나 L-1처럼 이중의도가 인정되는 비자 소지자가 미국 안에서 신분조정을 신청할 자격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인정합니다.”
이중의도(dual intent)란 임시 취업비자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영주권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을 말합니다. H-1B 전문직 비자와 L-1 주재원 비자가 대표적입니다. 이번 메모는 이들 비자 소지자가 미국을 떠나지 않고 신분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취업이민 영주권을 준비하는 한인 직장인과 그 가족에게는 일단 안도할 대목입니다.
다만 안심하기에는 이릅니다. 메모는 “이중의도 신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는 유리한 재량을 끌어낼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H-1B를 성실히 유지해 왔다는 사실 자체가 승인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심사관은 그 밖의 긍정적·부정적 요소를 함께 따집니다. 메모는 또 이중의도 비자 소지자라도 원칙적으로는 본국에서 영사처리(consular processing·본국 미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서 이민비자를 받는 절차)를 거치는 것을 이민법이 기대한다는 입장을 덧붙였습니다. 신청할 자격이 있다는 것과 실제로 유리한 재량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이중의도가 아닌 비자라면 — 설명이 더 필요해집니다
“USCIS 안내에 따르면 시민권자의 배우자·부모·미성년 미혼 자녀 같은 직계가족은 일정한 신분 위반이 있어도 신분조정 자격이 유지됩니다.”
모든 비자가 이중의도를 전제로 하지는 않습니다. F-1 학생비자나 B-1·B-2 방문비자처럼 “미국에 영구히 머물 의도가 없다”는 것을 전제로 발급되는 비자가 오히려 더 많습니다. 이런 신분으로 입국한 분이 나중에 시민권자와 결혼해 신분조정을 신청하면, 심사관은 입국 당시의 의도와 그 뒤의 사정 변화를 함께 살핍니다. 입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혼인과 신청으로 이어진 정황이 있으면 처음부터 영주권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어, 경위를 설명할 자료를 갖추는 일이 더 중요해집니다.
다행히 법에는 분명한 보호 장치가 있습니다. 시민권자의 배우자·부모·미성년 미혼 자녀 같은 직계가족(immediate relative)은 INA 245조(c)의 일부 제한을 면제받습니다. 허가된 체류 기간을 넘겼거나 무단으로 일한 적이 있어도 신분조정 자격 자체는 유지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메모도 법에 정해진 이 자격까지 없애지는 못합니다. 다만 여기서도 자격이 있다는 것과 재량으로 승인받는 것은 별개이므로, 직계가족이라 하더라도 긍정적 사유를 충실히 갖추어 신청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시민권자 배우자 — 여전히 유리하나 증거가 중요해졌습니다
“INA 245조는 적법하게 입국해 영주권 적격 요건을 갖춘 외국인이 미국을 떠나지 않고 영주권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1952년 마련된 절차입니다.”
가장 많은 한인이 해당하는 경우가 시민권자의 배우자입니다. 역사적으로 시민권자 배우자는 USCIS가 가장 너그럽게 재량을 행사해 온 집단입니다. 이번 메모 이후에도 그 흐름은 대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이민 변호사들의 공통된 관측입니다. 체포 기록이나 과거 이민법 위반이 없고, 미국에 머물러야 할 긍정적 사유를 갖춘 배우자라면 종전과 크게 다르지 않게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달라진 것은 무엇을 입증하느냐입니다. 종전에는 “결격 사유가 없으면 승인”에 가까웠다면, 이제 심사관은 “예외적 사유와 긍정적 형평(positive equities)이 미국 내 신분조정을 정당화하지 못하면 영사처리로 돌린다”는 방향으로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신청자가 “나에게 불리한 것이 없다”고 보여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왜 내가 미국 안에서 승인받아야 하는가”를 적극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혼인의 진정성, 부양하는 가족, 미국 내 정착과 성실한 납세 같은 자료를 신청 단계부터 갖추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졌습니다. 여기서 긍정적 사유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오래 함께 꾸려 온 혼인 생활, 자녀 양육, 꾸준한 세금 납부와 안정적인 직업처럼 평범하지만 진실한 생활의 기록이 곧 가장 좋은 증거가 됩니다.
늘어날 추가서류요청과 거부예고에 대비하기
“USCIS 안내에 따르면 심사관은 가족 유대, 이민 신분과 이력, 도덕성, 그 밖의 모든 관련 요소를 사안별로 따져 재량을 행사합니다.”
이번 메모의 가장 현실적인 결과는 추가서류요청(RFE·Request for Evidence)과 거부예고통지(NOID·Notice of Intent to Deny)의 증가입니다. 심사관이 재량 판단의 근거를 더 꼼꼼히 기록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케이스라도 심사가 길어지고, 더 자세한 소명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대응의 핵심은 “신청서를 낼 때부터 형평 증거를 함께 낸다”는 것입니다. 종전에는 자격 요건 서류만 갖추어 접수한 뒤 필요할 때 보완하는 방식이 흔했지만, 이제는 처음부터 미국에 머물러야 할 긍정적 사유를 입증하는 자료를 함께 제출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세금 신고 이력, 안정적인 고용, 지역사회 활동, 가족 부양 사실이 그런 자료에 해당합니다. RFE나 NOID를 받았다고 해서 거부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기한 안에 충실히 소명하면 승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통지서에 적힌 응답 기한을 넘기면 가진 자료가 아무리 충분해도 거부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RFE나 NOID를 받으면 기한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변호사와 함께 대응 일정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맺음말
시행 한 달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법이 바뀐 것은 아니고, 신청 자격이 사라진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가 스스로 증명해야 할 몫이 늘었습니다. 지금 준비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신분조정을 계획 중이라면 자격 서류만이 아니라 미국에 머물러야 할 긍정적 사유를 보여 주는 증거를 신청 단계부터 모아 두십시오. 둘째, 과거에 체포나 범칙금, 이민법 위반 기록이 있다면 변호사와 먼저 정리해 그 영향과 대응을 점검하십시오. 셋째, 불안에 떠밀려 자진 출국한 뒤 영사처리로 바꾸는 결정은 신중해야 합니다. 미국 안에서 신분조정으로 끝낼 수 있던 케이스를 굳이 출국시키면, 출국 자체가 그동안 쌓인 불법체류를 이유로 3년 또는 10년의 입국 금지를 작동시켜 오히려 가족이 더 오래 떨어져 지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어느 비자, 어느 카테고리에 속하는지에 따라 영향이 전혀 다르다는 점도 기억하셔야 합니다. 정책 발표 하나하나에 흔들리기보다, 본인 케이스의 사실관계를 정확히 진단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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