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nche v. Lau, 영주권자 재입국 심사를 다시 묻는 대법원

2026년 4월 22일 오전, 워싱턴 D.C. 연방대법원에서 ‘Blanche v. Lau’ 구두변론이 열렸습니다. 사건의 주인공은 2007년 영주권을 받은 홍콩 출신 무 추이 라우(Muk Choi Lau)씨. 그가 잠시 해외에 다녀온 사이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그를 ‘입국 신청자’로 분류했고, 이 한 줄의 분류가 십수 년의 추방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법원이 던진 질문은 단순합니다. 영주권자가 공항에서 다시 들어올 때, 정부가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의 증거로 그를 ‘입국 신청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작은 절차 문제처럼 보이지만, 미국 내 1,280만 영주권자가 해외여행 한 번에 같은 운명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을 오가는 한인 영주권자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1. 라우 씨가 겪은 14년: 기소 한 장에서 시작된 추방 다툼

“법은 영주권자에게 안전한 귀가를 약속했지만, 공항 입국심사대는 늘 그 약속을 시험합니다.”

사건의 시작은 2012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라우 씨는 그해 5월 뉴저지 주에서 위조상표 거래(trademark counterfeiting) 혐의로 기소되었고, 재판이 진행되는 사이 잠시 해외에 다녀왔습니다. 그가 6월 JFK 공항으로 돌아왔을 때, CBP 직원은 영주권자로서의 통상적 입국이 아닌 ‘가석방 입국(parole)’ 처분을 내렸습니다. 영주권 카드는 압수되었고, 그는 이후 형사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해 2년의 보호관찰을 선고받았습니다.

DHS는 2014년 라우 씨를 추방 절차에 회부했습니다. 2018년 이민판사는 그가 도덕적 타락을 수반하는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를 저질렀다며 추방을 명령했고, 2021년 이민항소위원회(BIA)도 이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25년 제2순회 연방항소법원은 결정을 뒤집었습니다. 항소법원이 주목한 부분은 시간의 흐름이었습니다. 라우 씨가 2012년 6월 공항에 도착했을 때, 정부의 손에는 뉴저지 주의 형사 기소장만 있었습니다. 유죄 인정은 그로부터 1년 뒤의 일이었기 때문에, 재입국 시점에는 “명백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가 존재할 수 없었다는 결론에 닿은 것입니다. 이듬해인 2026년 1월 9일, 대법원은 정부의 상고를 받아들였고, 4월 22일 구두변론을 거쳐 7월 초 이전 판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2. ‘저지른’과 ‘확정된’ 사이 — 1996년 이후의 법문이 만든 좁은 통로

“글자 한 줄의 차이가 영주권자의 신분을 바꿉니다.”

쟁점의 출발점은 1996년 의회가 통과시킨 IIRIRA, 곧 불법이민개혁및이민자책임법입니다. 이 법은 이민국적법(INA) 제101조(a)(13)(C)에 새 기준을 끼워 넣었습니다. 영주권자가 해외에 다녀와 다시 들어올 때 “입국을 신청하는 자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면서, 동시에 여섯 가지 예외를 두어 그 보호막을 일부 해제한 것입니다.

여섯 예외는 영주권 포기, 180일 초과 부재, 해외에서의 불법 행위, 추방 절차 진행 중 출국, INA 제212조(a)(2)에 해당하는 범죄 저지름, 미지정 장소나 비공식 통로 입국으로 정리됩니다. 라우 씨가 걸린 조항이 바로 다섯 번째, ‘범죄 저지름’ 항목입니다. 이 조항이 가리키는 INA 제212조(a)(2)는 도덕적 타락을 수반하는 범죄(CIMT), 마약 관련 범죄, 다중 범죄, 매춘 알선 등을 포괄하는 광범위한 카테고리입니다.

여기서 단어 하나가 운명을 가릅니다. 조문이 “유죄가 확정된(convicted)”이 아니라 “저지른(committed)”이라고 적혀 있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이 단어를 근거로, 유죄 판결 전이라도 행위 자체가 입증되면 영주권자를 입국 신청자로 분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펴 왔습니다. 반대편은 그 입증이 ‘재입국 시점’에 있어야 한다고 맞서 왔고, 이 짧은 단어 해석을 두고 라우 씨 사건이 워싱턴까지 올라오게 된 것입니다.

이 논쟁의 배경에는 두 개의 큰 판례가 자리합니다. 1963년 ‘Rosenberg v. Fleuti’에서 대법원은 영주권자의 짧고 평범한 해외 출타는 새로운 입국으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2012년 ‘Vartelas v. Holder’에서는 1996년 IIRIRA 조항이 그 이전의 형사 기록까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두 판결은 영주권자가 일상의 해외 출타로 신분상 격하를 당해서는 안 된다는 흐름을 만들어 왔습니다.

3. 양측 주장과 4월 22일 구두변론, 1,280만 명을 가르는 분기점

“정부는 시간을 벌고 싶고, 영주권자는 그 시간 동안 권리를 잃습니다.”

양측 입장은 단순한 절차 다툼이 아닙니다. 법무부는 공항에서 충분한 증거가 없어도 일단 가석방 입국 처분을 내린 뒤, 이후 이민법정에서 유죄 판결문 등 새로 확보한 증거로 입국 신청자 지위를 입증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가석방 결정은 행정부의 재량 영역이므로 법원이 사후에 들춰볼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도 함께 내세우고 있습니다.

라우 측은 이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의회가 영주권자의 재입국에 별도 보호 규정을 둔 취지는, 정부가 충분한 증거를 갖춘 경우에만 그 보호막을 거둘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입증의 시점을 뒤로 미루면 영주권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분이 격하되어 추방 절차의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됩니다. 미국이민변호사협회(AILA), 미국이민협회(American Immigration Council), 그리고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변하는 AALDEF가 라우 측 의견서를 제출했고, 반대편에는 이민 제한을 주장하는 FAIR가 정부를 거들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단의 의미는 추상적이지 않습니다. 정부 손을 들어주면 공항 직원이 재입국 시점에 충분한 증거 없이도 영주권자에게 가석방 처분을 내리고, 한참 뒤 법정에서 신분이 결정되는 길이 열립니다. 라우 손을 들어주면 입국심사대가 다시 영주권자의 안전한 통과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는 영주권자는 약 1,280만 명, 그 중 아시아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한인 사회가 받을 직접적 영향도 가볍게 볼 일이 아닙니다.

4월 22일 구두변론에서 대법관들의 질문은 두 갈래로 갈렸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한쪽은 행정부의 신속한 절차 운용에 길을 열어 줄지, 다른 한쪽은 영주권자의 안정적 신분을 어디까지 보장할지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판결문은 7월 초 이전 공개될 가능성이 높고, 결정의 폭은 라우 씨 한 사람의 사건을 넘어 영주권자 재입국 실무 전반을 다시 그릴 수 있습니다.

4. 한인 영주권자의 점검 목록 — 출국 전과 입국심사대에서

“공항 입국심사대 30초가 영주권 십수 년을 흔들 수 있습니다.”

판결을 기다리는 사이에도 한인 영주권자는 매일 인천과 JFK, LAX, 시애틀을 오갑니다. 한국 부모님 병문안, 회사 출장, 자녀 결혼식 같은 일상적 사유로 떠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CBP는 영주권자에게 이른바 ‘연기 검사(deferred inspection)’ 또는 2차 검사(secondary inspection)를 부과할 권한을 갖고 있고, 의심 사유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NTA, 곧 추방 절차 출석 통지서를 발부할 수 있습니다.

위험 신호로 분류되는 상황은 비교적 분명합니다. 180일 이상 미국을 떠나 있던 경우, 과거 형사 기록이 있는 경우, 한국에서 새로 형사 사건에 연루된 경우, 영주권 카드는 들고 있지만 미국 내 거주 실체가 약한 경우입니다. 라우 씨처럼 ‘저지른’ 단계의 범죄 의혹만 있어도 가석방 처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형사 사건이 진행 중이라면 출국 자체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체류가 길어졌다면 재입국허가서(I-131 Reentry Permit) 또는 SB-1 귀국거주비자가 장기 부재 위험을 줄여 줍니다. 다만 이들 문서는 체류 기간 문제를 다룰 뿐, 형사 기록이나 도덕적 타락 범죄 분류 같은 inadmissibility 사유 자체를 치유하지는 않습니다. 형사 기록이 있다면 출국 전 그 죄목이 INA 제212조(a)(2)에 해당하는지 미리 검토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사소해 보이는 위조상표 거래, 소액 절도, 음주 운전 동반 사고, 일부 가정폭력 사건도 도덕적 타락 범죄로 분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항에서 2차 검사를 받게 되었을 때는, 영주권 카드를 자발적으로 반납하는 I-407 서명 요청에 응하지 말고, 가석방 처분이 내려지면 그 자리에서 받은 모든 서류를 보관해 두는 편이 분쟁을 다툴 때 유리합니다. CBP 직원의 질문에는 사실대로 답변하되, 형사 사건의 세부에 대해서는 변호인 동석 후 답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힐 수 있습니다.

맺음말

라우 씨 사건의 결론이 어떤 방향으로 나오든, 영주권자가 공항에서 마주하는 30초 남짓한 입국심사가 십수 년의 미국 생활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의회와 법원은 영주권자의 재입국을 가급적 보호하는 방향으로 법을 다듬어 왔지만, 행정부는 그 좁은 예외 통로를 어떻게 운용할지를 두고 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해 왔습니다.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한인 영주권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합니다. 출국 전 형사 기록과 체류 기간을 점검하고, 장기 출타가 예정되어 있다면 재입국허가서를 미리 받아 두는 것입니다. 본인의 시민권 신청 자격이 갖춰졌다면, 영주권을 시민권으로 바꾸는 결정이 입국심사의 부담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의 신분 변화가 다른 가족 구성원의 안전한 입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주권은 한 번 받았다고 영원히 주머니 속에 안전한 카드가 아닙니다. 매번의 입국이 작은 심사이고, 이번 라우 사건은 그 심사의 규칙이 어떻게 다시 그어질지를 가를 분기점입니다. OT 2025 회기 종료 전(통상 6월 말~7월 초) 공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판결문 한 장이 한인 영주권자의 한국행 가방 무게를 결정하게 됩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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