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 옷을 입지 못한 제도, 그 30년의 불안

OPT 유학생 - 대학 졸업식
OPT 법제화 법안과 유학생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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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T 법제화 법안과 유학생의 미래

매년 가을이면 미국 대학 캠퍼스에는 새로운 얼굴들이 넘칩니다. 2024-2025학년도 기준으로 미국에 재학 중인 유학생은 117만 7천여 명에 달하며, 한국은 인도와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입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졸업 후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미국 내에서 전공 관련 실무 경험을 쌓습니다. 졸업장을 받는 날, 한인 유학생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OPT 신청 일정이 들어 있을 만큼 이 제도는 유학 생활의 자연스러운 연장선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30년 넘게 수백만 명이 거쳐간 이 제도가 법률이 아닌 행정 규정에만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행정부가 규정으로 만든 것은 행정부가 규정으로 없앨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거나 정책 기조가 달라지면 제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고, 실제로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3월 19일, 이 오래된 불안정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초당적 법안이 연방 하원에 발의되었습니다.

◆ 규정으로만 버텨온 30년

“제도의 생명력은 그것을 보호하는 법의 두께에 달려 있다.”

OPT는 F-1 학생비자 소지자가 졸업 후 전공 분야에서 최대 12개월간 미국 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취업 제도입니다.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전공자에게는 추가로 24개월이 부여되어 합산 최대 36개월까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1992년 연방 규정으로 정식 도입된 이래 30년 넘게 운영되어 온 이 제도는, 그 규모만 봐도 미국 고등교육 생태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4년 한 해에만 29만 4천여 명의 유학생이 OPT를 활용했고, 그중 STEM OPT 승인 건수는 9만 5천 건을 넘어 전년 대비 54퍼센트 증가하며 4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2007년에 약 15만 명 수준이던 OPT 참여자가 17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늘어난 것입니다. 미국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 경쟁에서 OPT를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고 있고, 유학생들도 졸업 후 OPT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학교를 선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제도가 흔들릴 경우 미국 고등교육의 국제 경쟁력 자체가 타격을 받게 됩니다.

이 제도의 법적 근거는 연방 규정집 8 CFR 214.2(f)에 있습니다. 이민국적법(INA) 제214조 (a)항이 비이민비자 소지자의 입국·체류 조건을 규정으로 정할 수 있는 포괄적 권한을 행정부에 부여하고 있고, 이 위임에 근거하여 OPT가 운영되어 왔습니다. 양 정당의 행정부가 30년 넘게 이 규정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제도의 실용성을 반증하지만, ‘행정부의 재량으로 만든 규정’과 ‘의회가 법률로 명시적으로 보장한 권리’는 법적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워싱턴기술노동자연합(WashTech)은 정확히 이 지점을 공격했습니다. OPT가 의회의 명시적 승인 없이 행정부가 독자적으로 만든 외국인 취업 프로그램이며, F-1 비자의 본래 목적인 ‘학업’과 동떨어져 있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핵심 논거는 졸업 후 더 이상 학교에 다니지 않는 외국인에게 학생비자 신분으로 취업을 허가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소송은 수년에 걸쳐 법원을 거쳤습니다. D.C. 연방항소법원이 2022년 10월 2대 1의 판결로 OPT가 ‘F-1 비자의 조건과 합리적으로 관련된다’며 합법성을 인정했고, 연방대법원이 2023년 10월 상고를 기각하면서 현행 제도는 유지되었습니다. 하지만 법원 판결이 OPT를 법률의 지위로 끌어올린 것은 아닙니다. 행정부가 새 규정을 만들어 OPT의 기간을 줄이거나 대상을 제한하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이 여전히 가능합니다.

◆ 양쪽에서 조이는 압박

“한쪽에서는 없애겠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지키겠다 한다. 그 사이에 사람이 있다.”

OPT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최근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에릭 슈밋 상원의원(공화, 미주리)은 2026년 2월 26일 크리스티 노엠 국토안보부 장관과 주고받은 서한을 공개하면서, OPT를 ‘개혁하거나 폐지하는 절차를 시작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슈밋 의원의 표현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대기업과 교육기관의 재정적 이익을 위해 미국인 졸업생을 희생시키는 저임금 외국인 인력 파이프라인’으로 변질되었습니다. OPT 기간 중에는 고용주가 사회보장세(Social Security Tax)와 메디케어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같은 조건의 미국인 졸업생보다 고용 비용이 낮다는 것이 반대론의 핵심 근거 중 하나입니다.

노엠 장관은 답신에서 대통령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이민 정책 방향에 부합하도록 OPT를 포함한 실무수련(practical training) 규정 전반을 재평가하겠다고 확인했습니다. DHS의 2026년 봄 규제 안건(RIN 1653-AA97)에 OPT 관련 개정이 이미 포함되어 있으며, 이 검토는 미국 노동시장 보호, 사기 방지, 국가안보 등을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프로젝트 2025 역시 OPT를 의회가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곧바로 숫자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2025년 여름 F-1 학생비자 발급은 전년 대비 36퍼센트나 감소하여 약 9만 7천 건이 줄었습니다. 5월 27일부터 약 3주간 지속된 비자 인터뷰 동결 기간에는 F, M, J 비자 발급이 전년 대비 50퍼센트 급감했습니다. 같은 해 가을 신규 유학생 등록은 17퍼센트 하락했고, 국가별로 보면 2025년 여름(5~8월) 기준 인도발 F-1 비자가 62퍼센트, 네팔이 72퍼센트, 나이지리아가 52퍼센트 급감했습니다. 미국 대학 96퍼센트가 비자 절차의 어려움을 유학생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고, NAFSA 조사에서 92퍼센트의 대학이 ‘OPT가 사라지면 유학생들이 캐나다나 호주 등 경쟁국을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제도의 불확실성 그 자체가 유학생 유입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 법안이 담고 있는 것

“규정을 법률로 바꾸는 일은, 모래 위의 집에 기초를 놓는 일과 같다.”

올해 3월 19일 발의된 H.R. 8013, ‘Keep Innovators in America Act’는 이 구조적 취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샘 리카르도(민주, 캘리포니아 제16구), 제이 오버놀트(공화, 캘리포니아 제23구), 라자 크리슈나무르시(민주, 일리노이 제8구) 세 의원이 초당적으로 발의했습니다. 리카르도 의원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양 정당의 행정부가 30년 이상 규정을 제정하여 OPT 프로그램을 유지해 왔으나 이제는 법률적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발의 배경입니다.

법안의 첫 번째 축은 OPT 프로그램을 연방 법률로 명문화하는 것입니다. 행정 규정에만 근거를 두던 제도를 법률로 격상시키면, 행정명령이나 규정 개정만으로는 폐지가 불가능해집니다. 이를 변경하려면 상하원 모두를 통과하는 새로운 입법 절차를 밟아야 하므로, 정치적 방파제 역할을 하게 됩니다. 30여 년간 규정의 지위에 머물던 제도에 비로소 법률이라는 기초를 놓으려는 시도입니다. 두 번째 축은 영주권 신청이 진행 중이거나 승인된 유학생이 F-1 신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입니다. 현행 체계에서 영주권 대기 기간이 수년씩 길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그 사이에 F-1 신분 유지가 복잡해지면서 법적 회색지대에 놓이는 유학생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조항은 학업 또는 OPT 기간과 영주권 절차를 합법적으로 병행할 수 있는 명시적 근거를 마련합니다.

지지 기반도 넓습니다. AILA(미국이민변호사협회), NAFSA(국제교육자협회)를 비롯한 50개 이상의 단체로 구성된 ‘US for Success Coalition’이 공식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이 연합에는 IT산업위원회(ITI), FWD.us, 대학총장연합(Presidents’ Alliance), 대학원협의회(Council of Graduate Schools), Compete America Coalition, EnglishUSA, AIRC(국제등록관리협회) 등 산업계와 교육계의 주요 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AILA의 벤저민 존슨 사무총장은 유학생들이 ‘연간 400억 달러 이상을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수십만 개의 미국인 일자리를 뒷받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법안과 별도로 상원에서는 ‘Keep STEM Talent Act(S. 1233)’가 발의되어 STEM 석·박사 졸업생에게 영주권 경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유학생 인재 유치에 대한 초당적 관심이 여러 갈래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 한인 유학생에게 닿는 현실

“숫자 뒤에는 항상 이름이 있고, 이름 뒤에는 항상 계획이 있다.”

한국은 Open Doors 보고서 기준 미국에 세 번째로 많은 유학생을 보내는 나라입니다. 매년 수만 명의 한국인 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있으며, 공학, 컴퓨터과학, 생명과학 등 STEM 전공자의 비율이 높습니다. 졸업 후 OPT와 STEM OPT를 활용하여 실리콘밸리의 IT 기업, 뉴욕의 금융회사, 보스턴의 바이오텍 연구소에서 첫 커리어를 시작하는 것은 한인 유학생 사이에서 보편적인 경로가 되었습니다. OPT 기간은 단순한 취업 기회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H-1B 비자 가중 추첨제가 올해 2월 시행되면서 임금 수준이 낮은 신입 직원의 선발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 졸업 후 최대 36개월의 STEM OPT 기간은 취업비자 확보를 반복 시도하거나 경력을 쌓아 임금 수준을 높인 뒤 재도전하는 시간적 완충지대 역할을 합니다.

OPT가 축소되거나 폐지될 경우 파급은 취업 기회의 상실에 그치지 않습니다. 졸업 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다는 전망이 사라지면, 처음부터 미국 대학을 선택하는 유학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의 등록금 수입, 연구실 인력 확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영향이 불가피합니다. 2024-2025학년도 기준 유학생 전체가 미국 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429억 달러이며, 35만 5천 개 이상의 일자리를 뒷받침하는 규모입니다. ICEF 모니터는 OPT 프로그램의 미래가 특히 학비에 민감한 시장의 유학 수요에 가장 큰 장기적 영향을 미칠 요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이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의 유학생들 사이에서 미국 대신 캐나다, 호주, 영국 등을 선택하는 경향이 감지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한인 유학생 입장에서 이 법안은 졸업 후 진로 설계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OPT가 법률로 보호받는다면, 커리어 계획을 행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좌우되지 않고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영주권 대기 중 F-1 유지 조항 역시, 비자 문호가 좁은 현 상황에서 신분 유지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실질적 안전장치입니다. 현재 OPT를 활용 중인 유학생이라면 고용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이 법안의 진행 상황과 DHS의 규정 변경 동향을 동시에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맺음말

이 법안이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119대 의회에서 이민 관련 법안이 양원을 통과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OPT 폐지를 주장하는 정치적 압력도 상당합니다. 현재 하원에 계류된 상태에서 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고, 상원에 동반 법안이 발의될지도 불투명합니다. 그러나 법안이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의 공동 발의로 제출되었다는 점, 교육·산업·이민 분야의 50개 이상 단체가 연대하여 지지를 선언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신호입니다.

법안의 행방과 별개로, DHS의 OPT 규정 재평가는 2026년 안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갈래의 움직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OPT를 법률로 격상시키려는 의회의 시도이고, 다른 하나는 OPT를 축소하거나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행정부의 검토입니다. 이 두 흐름 가운데 어느 쪽이 먼저 현실화되느냐에 따라 수십만 유학생의 미래 계획이 달라집니다.

현재 OPT를 활용하고 있거나 앞으로 활용할 계획인 유학생이라면, 법안의 진행 경과와 DHS의 규제 동향 모두를 주시해야 합니다. 고용주가 있다면 비자 스폰서십이나 영주권 절차에 대한 대화를 미리 시작해 두는 것이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OPT 기간 중이라면 고용허가서(EAD) 갱신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관리하고, STEM OPT를 아직 신청하지 않은 경우라면 자격 요건과 고용주의 E-Verify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규정에만 기대어 온 30년이 가르쳐 주는 것이 있다면, 제도의 안정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가능한 조치를 취해 두는 것이, 제도가 바뀐 뒤에 방법을 찾는 것보다 늘 낫습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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