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부동산/예금 같은 자산이 있는 경우

Last Will and Testament document on white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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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권자와 시민권자 가정의 유언장 설계

미국에서 오래 사신 한인 가정에도 한국에 자산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울 아파트 한 채, 한국 은행의 정기예금, 부모님이 물려주신 시골 땅 지분, 여기에 미국의 집과 401(k) 퇴직계좌, 생명보험까지 한 가족 안에 함께 놓여 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망 이후에는 이 자산들이 각각 다른 나라의 법원, 등기소, 세무서 앞에 서게 됩니다.

특히 부부 중 한 사람은 미국 시민권자이고 다른 한 사람은 영주권자인 경우, 유언장과 신탁 설계는 단순한 서류 문제가 아닙니다. 누가 어떤 자산을 어떤 절차로 받는지, 세금은 어느 나라에서 먼저 계산되는지, 남은 배우자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얼마나 되는지가 모두 달라집니다. 2025년 7월 4일 서명된 미국 연방 세제개편법, 통칭 ‘원빅뷰티풀법(One, Big, Beautiful Bill·OBBB)’으로 2026년부터 미국 유산·증여세 공제 한도가 1인당 1,500만 달러로 올라가고 그동안 따라다니던 일몰(자동 축소) 위험은 사라졌습니다. 한국 정부도 상속세 체계 개편을 예고해 왔지만, 2025년 말 세법개정안에서는 관련 내용이 빠진 채 처리되었습니다. 양국 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이 시점에 가족의 유언 설계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볼 이유가 충분합니다.

◆ 유언장이 두 장 필요한 이유 — 한국 절차와 미국 절차는 따로 흘러간다

“문제는 유언장을 두 장 만든다는 형식 자체가 아닙니다. 한국 자산은 한국 절차로, 미국 자산은 미국 절차로 따로 처리되도록 미리 길을 갈라놓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국과 미국은 유언을 만드는 방식과 효력이 서로 다릅니다. 미국에서는 주(州)마다 자기 법을 가지고 있어 뉴욕주는 본인 서명과 두 명의 증인 서명을 요구합니다. 두 증인은 30일 안에 본인의 서명을 직접 보거나 본인이 서명을 인정하는 자리에서, 또는 본인의 부탁을 받아 유언장에 서명을 남기면 됩니다. 한국 민법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다섯 가지 유언 방식을 인정합니다(민법 제1066~1070조). 양식 자체가 이렇게 다르다 보니 미국에서 만든 유언장 한 장이 곧바로 한국 법원에서 집행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이 필요합니다. 상속에 적용되는 ‘기본 법’은 원칙적으로 사망한 분의 본국법, 즉 한국인이라면 한국법이 중심이 됩니다. 유언장에서 본인이 살고 있는 나라의 법을 정해 달라고 적으면 그것을 적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을 실제로 등기·이전·처분하는 단계에서는 그 부동산이 있는 나라의 절차가 강하게 작동합니다. 미국에서 만든 유언장이 한국 부동산에 대한 ‘법’을 어느 정도 정해 줄 수는 있어도, 한국 등기소에서 이전 등기를 진행하려면 결국 한국이 요구하는 서류와 번역본이 따로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대개 ‘두 장의 유언장’을 권합니다. 한국 자산용과 미국 자산용을 각각 그 나라 변호사와 함께 따로 만들고, 두 유언장이 서로 부딪치지 않도록 한쪽이 다른 쪽 자산을 명시적으로 빼놓는 문구를 넣습니다. 한국에서 만드는 공정증서 유언(공증인이 작성)은 다툼의 여지가 가장 적지만 한국에서 직접 진행해야 합니다. 자필로 직접 쓰는 자필증서 유언은 간편하지만, 주소·성명·연월일·도장 중 한 가지라도 빠지면 통째로 무효가 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번거로워 보이는 이중 설계가 사실은 가장 깔끔한 마무리입니다.

◆ 미국식 유산검인(프로베이트)과 생전신탁

미국에서 유언장(Will)은 본인 사후에 주법원의 ‘유산검인 절차(프로베이트, Probate)’를 거쳐야 효력이 생깁니다. 뉴욕주는 Surrogate’s Court, 뉴저지주는 카운티별 Surrogate’s Court가 그 일을 맡습니다. 자산 규모에 따라 6개월에서 2년 가까이 걸리고, 법원 비용과 변호사 수수료가 함께 듭니다. 부동산이 여러 주에 걸쳐 있으면 각 주에서 따로 절차를 한 번 더 밟아야 해서 비용이 더 늘어납니다. 뉴욕주 규정상 고인의 개인 재산이 5만 달러를 넘거나 고인 단독 명의 부동산이 있으면 정식 검인 절차를 받아야 하고, 그 이하의 작은 유산은 간소 절차로 처리됩니다.

이 검인 절차를 피하거나 줄이는 가장 흔한 도구가 ‘취소 가능한 생전신탁(Revocable Living Trust)’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본인이 신탁을 만든 사람, 그 신탁의 수익자, 그리고 관리자 역할을 모두 맡고 재산을 신탁 명의로 옮겨 둡니다. 사망 시점에는 미리 정해 둔 후임 관리자가 지정한 가족에게 자산을 나누어 줍니다. 법원을 거치지 않으니 시간과 비용이 줄고, 신탁 문서 내용이 바깥에 공개되지 않아 사생활도 보호됩니다.

한인 가정에서 자주 빠뜨리는 부분이 ‘신탁에 자산을 실제로 옮기는 작업’입니다. 신탁 문서만 만들어 두고 부동산 등기나 은행 계좌 명의를 바꾸지 않으면, 그 자산은 결국 다시 검인 절차로 돌아갑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흘림 유언장(Pour-Over Will)’을 같이 작성합니다. 신탁에 미처 옮겨두지 못한 자산을 사후에 자동으로 신탁으로 흘려보내는 유언장입니다. 401(k)·IRA 퇴직계좌, 생명보험, 사망 시 자동지급 은행 계좌(POD)는 신탁과 별개로 미리 지정된 수익자에게 곧바로 넘어가니, 수익자 정보가 최신인지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한국 부동산은 결국 한국 절차를 따르므로, 생전신탁은 미국 자산을 지키는 데 효과적이고 한국 자산은 별도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처음부터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시민권 배우자와 영주권 배우자 — 국적이 바꾸는 세금의 그림

2026년부터 미국 연방 유산·증여세 공제는 1인당 1,500만 달러 수준에서 운영됩니다(OBBB, 2025년 7월 서명). 일몰 조항이 사라져 예전처럼 2025년 말 자동 축소되는 걱정은 없어졌지만, 의회가 새 세법으로 언제든 바꿀 수 있으므로 ‘영원불변’이 아니라 ‘일몰 위험이 사라진 상태’ 정도로 이해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부부는 사망한 분의 남은 공제분을 살아 있는 배우자가 이어받는 ‘이월(portability)’ 제도를 통해 합산 3,000만 달러까지 활용할 수 있고, 한도를 넘는 부분에는 최고 40%의 세율이 붙습니다.

배우자 사이에 자산을 물려줄 때는 국적 구성이 결정적입니다. 배우자가 미국 시민권자라면 ‘무제한 배우자 공제’가 적용되어, 사망한 분이 남긴 자산을 세금 없이 곧바로 살아 있는 배우자에게 넘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우자가 비시민권자, 즉 영주권자라면 이 공제가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신 ‘비시민 배우자용 신탁(QDOT, Qualified Domestic Trust)’을 만들어 그 안에 자산을 넣으면, 유산세 정산을 살아 있는 배우자가 사망하는 시점까지 미뤄둘 수 있습니다. 이 신탁에는 미국 시민권자나 미국 법인이 관리자(Trustee) 한 명 이상 들어가야 하고, 원금을 꺼내쓸 때 세금을 미리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며, 사망 후 세무신고서(Form 706)에서 ‘QDOT 선택’을 해두어야 효력이 생깁니다.

배우자에게 매년 줄 수 있는 증여 한도도 국적에 따라 다릅니다. 2026년 기준 시민권자 배우자에게는 한도 없이, 비시민권자 배우자에게는 1년에 약 19만 4,000달러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습니다. 자녀나 손자에게는 받는 사람 1인당 연 1만 9,000달러, 부부가 함께 주면 3만 8,000달러까지 가능합니다. 손자에게 직접 넘기면 ‘세대생략이전세(GST)’가 추가로 붙으니 신중해야 합니다. 비시민권자 배우자가 뒤늦게 시민권을 받으면 QDOT 안에 묶여 있던 자산의 미뤄둔 유산세를 정리할 수 있는 길도 열립니다. 귀화 시점과 상속 설계를 함께 고민해 온 가정은 이 선택의 가치를 일찍 확인하게 됩니다.

◆ 한국 부동산과 신고기한 — 사망 이후 6개월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

한국 상속세는 사망한 분이 한국 거주자였는지, 아니었는지에 따라 적용 범위가 크게 달라집니다. 한국에 주소를 두고 계셨거나 1년 중 183일 이상 머물면서 가족·자산 같은 생활의 중심이 한국에 있던 분이라면 거주자로 보고, 이 경우 전 세계 자산이 모두 한국 상속세 대상이 됩니다. 미국 부동산, 401(k), 미국 증권 계좌, 미국 법인 주식까지 다 들어갑니다. 반대로 비거주자로 분류되면 한국에 있는 자산만 과세 대상입니다. 미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오신 분이라면 비거주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최근 몇 년 한국 체류가 길어졌다면 실제 판정은 한국 세무 당국의 개별 확인을 거쳐야 합니다.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1억원 이하 10%부터 30억원 초과 50%까지 누진으로 적용됩니다. 현행 제도는 사망한 분의 전체 자산에 한꺼번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입니다. 배우자가 받는 부분은 5억원에서 최대 30억원까지 공제, 그 외 일괄공제 5억원, 금융재산 공제와 동거주택 공제 같은 항목이 추가됩니다. 한국 정부는 자녀가 받는 몫만큼 각자 세금을 내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2028년에 바꾸겠다고 추진해 왔지만, 2025년 말 세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상속세 부분은 빠졌고 유산취득세 전환도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한국에서 신고를 마쳐야 하는 기한은 상속세와 취득세가 서로 다릅니다. 상속세는 사망한 날이 속한 달의 마지막 날부터 6개월 안에 신고하고 납부하는 것이 원칙이고, 사망한 분이나 상속인이 외국에 주소를 두고 있으면 9개월로 늘어납니다. 취득세는 셈을 시작하는 날이 다른데, 사망한 날 자체부터 6개월이 원칙이고 외국에 주소를 둔 상속인이 있으면 9개월입니다. 이 기한을 놓치면 무신고·납부지연 가산세가 더해집니다. 미국에 사시는 상속인이 한국에서 상속 등기까지 하시려면 가족관계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사망진단서에 아포스티유를 받고, 영문 번역본과 미국 공증을 갖추셔야 합니다. 한 가지 꼭 짚어둘 점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소득세 이중과세 방지 조약은 있지만 상속·증여세 조약은 아예 없다는 사실입니다. 미국이 일부 나라와 맺어 둔 상속세 조약의 보호를 한국인은 받지 못하고, 이중과세 완화는 각국 국내법의 외국납부세액공제(이미 외국에서 낸 세금만큼 일부 빼주는 제도)에만 의존합니다. 부분 반영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두 번 부담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맺음말

이민자 가정의 유언장 설계는 결국 ‘두 나라에 걸친 삶’을 한 번에 정리하는 일입니다. 실무에서 권하는 원칙은 단순합니다. 첫째, 한국 자산용과 미국 자산용 유언장을 따로 만들어 서로 자산 범위가 겹치지 않게 정리할 것. 둘째, 부부 중 비시민권자가 있다면 QDOT 신탁을 미리 검토해 둘 것. 셋째, 미국 자산은 생전신탁과 수익자 지정을 함께 활용해 검인 절차를 최소화할 것. 넷째, 한국 부동산은 거주·비거주 판정과 신고 기한 6개월·9개월 규정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것. 다섯째, 사망 이후 가족이 필요로 하는 서류 목록(가족관계증명서·제적등본·사망진단서 아포스티유·영문 번역본·미국 공증본)을 미리 정리해 둘 것.

유언장은 본인 사후의 법적 문서이기 전에, 남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가장 실무적인 편지입니다. 미뤄 둔 시간만큼 가족은 모르는 법정과 모르는 세무서 앞에 먼저 서게 됩니다. 반대로 단정하게 정리된 유언과 신탁은, 갑작스런 일이 생긴 뒤에도 가족이 서로를 탓하지 않을 여지를 남겨 줍니다. 미국은 OBBB로 유산세 공제를 올리고 안정시켰고, 한국은 상속세 개편이 한 차례 미뤄졌습니다. 양국 제도가 함께 움직이는 이 시점에, 본인의 자산 목록·가족 구성과 국적·앞으로의 거주 계획을 한 장의 표로 정리해 두시기를 권합니다. 그 표 한 장이 다음 세대에게 전해질 가장 실질적인 선물이며, 두 나라에 걸친 삶의 조용한 마무리이기도 합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사안에 대한 법률·세무 자문이 아닙니다. 한미 양국에 걸친 상속, 유언장, 신탁, 세금 문제는 가족 구성, 국적, 거주지, 자산 소재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관할의 변호사 및 세무 전문가와 개별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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