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경찰이 이민국 요원? — 보이지 않는 단속의 시대, 287(g)와 지역 경찰의 이중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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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소타에서 최루탄이 흩어진 날, 두 명의 미국 시민이 연방 요원의 총에 사망했습니다. 르네 굿(Renee Good)과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 이들은 불법 이민자가 아니라 단속 현장에 있던 미국 시민이었습니다. 굿은 차량 안에서, 프레티는 쓰러진 여성을 보호하며 현장을 촬영하던 중 총격을 받았습니다. 국토안보부(DHS)가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부른 오퍼레이션 메트로 서지(Operation Metro Surge)는 2025년 12월 트윈시티에서 시작되어 미네소타 전역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연방 요원들은 시위자를 바닥에 내리꽂고, 학교 인근에서 최루가스를 살포하고, 차량에서 사람들을 끌어냈습니다. NPR/PBS/매리스트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3분의 2가 ICE가 “너무 지나쳤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단속의 모양새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다만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형태를 바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연방 요원 대신, 교통 단속을 하는 지역 경찰관이 이민 단속의 일선에 서게 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CNN은 국경 차르 톰 호만의 미네소타 전략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가시성은 낮추되 그물망은 넓히는” 것이 새로운 기조입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전술 변화가 아닙니다. 이민 단속의 비용과 책임을 연방에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구조적 재편입니다. 그리고 그 재편의 핵심 도구가 287(g)라는 30년 된 프로그램입니다.

135개에서 1,637개로

287(g) 프로그램은 1996년 이민국적법 개정으로 만들어진 제도입니다. 연방정부가 주 및 지방 법집행기관에 이민 단속 권한의 일부를 위임하는 협약으로, 지역 경찰이나 교도관이 체포한 사람의 이민 신분을 확인하고, ICE에 통보하거나 구금을 연장할 수 있게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정 이후 30년간 존재했지만, 역대 행정부 대부분에서 참여 기관은 소수에 머물렀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인종 프로파일링 우려를 이유로 프로그램을 축소했고, 바이든 행정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1기 재임 말기인 2020년경, 전국적으로 약 150개의 287(g) 협약이 체결되어 있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말기인 2025년 1월에는 135개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숫자는 1,637개입니다. 2026년 4월 8일 기준, ICE는 39개 주와 2개 미국 영토에 걸쳐 1,637건의 양해각서(MOA)를 체결했습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닙니다. 과거에는 대부분 카운티 보안관(sheriff) 사무소가 287(g)에 참여했지만, 현재 참여 기관의 53%는 시 단위 경찰서(police department)입니다. 이민 단속의 접점이 교도소와 구금 시설에서 거리와 동네로 나온 것입니다. 이것이 135개와 1,637개의 차이가 만든 질적 변화입니다. 교통 위반으로 정차하거나, 소음 신고에 응하거나, 가정폭력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운전자나 관련자의 이민 신분을 확인하고, 의심이 있으면 ICE에 통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287(g)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교도소 내 이민 심사(JEM), 작업장 단속 지원(WSO), 그리고 현장 임무 지원(TFM)입니다. 현재 980개 기관이 체결한 TFM 협약이 가장 많은데, 이는 교도소 밖 현장에서의 단속을 의미합니다. 즉, 거리에서의 이민 단속이 가장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171개의 JEM 협약은 교도소 단계에서, 486개의 WSO는 작업장에서, 그리고 980개의 TFM은 거리에서 작동합니다. 이 세 겹의 그물망이 전국 39개 주와 2개 미국 영토에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 현재의 현실입니다.

이 확산의 속도는 놀랍습니다. 2025년 한 해에만 1,100개가 넘는 새로운 협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보수 추산으로도 ICE는 2026년 중 287(g) 참여 기관에 14억~20억 달러를 지급할 수 있습니다. 연방 자금이라는 유인이 지역 법집행기관의 참여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재정이 열악한 소규모 경찰서에게 연방 보조금은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입니다. 장비 구매, 인건비 보전, 초과근무 수당까지 287(g) 참여에 따른 연방 지원이 포괄적이기 때문입니다. 세인트찰스 카운티(미주리주)는 올해 3월 287(g) 협약을 정식 체결했고, 해즐턴(펜실베이니아주)은 시 경찰이 ICE 요원을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습니다. 매달 새로운 기관이 합류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찰서장이 287(g)에 서명하는 것은, 그 관할 구역의 모든 경찰관에게 이민 단속 권한이 부여되는 것과 같습니다. 한 서장의 서명이 수백 명의 경찰관을 사실상 이민 단속 요원으로 전환합니다.

텍사스 모델의 전국 확산

텍사스는 이 변화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2026년 1월 1일 발효된 상원법안 8(SB8)은 텍사스 내 인구 10만 명 이상 카운티의 보안관에게 287(g) 프로그램 신청을 의무화했습니다. 자발적 참여가 아닌 법적 강제입니다. 이로 인해 수백 명의 텍사스 보안관이 한꺼번에 ICE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텍사스 공공안전부(DPS) 소속 광범위한 주 경찰 조직이 사실상 ICE 요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텍사스 옵저버(Texas Observer)는 보도했습니다. 텍사스의 선택은 단순히 한 주의 정책이 아닙니다. 연방 이민법 집행을 주 단위에서 체계적으로 내재화한 최초의 사례이며, DHS는 이를 모범 사례로 다른 주에 권장하고 있습니다.

플로리다주도 유사한 경로를 걸었습니다. 주 정부가 입법을 통해 이른바 “보호도시(sanctuary city)”를 금지하면서, 지역 법집행기관에 287(g) 참여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습니다.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주들도 있습니다. 뉴멕시코, 메인, 메릴랜드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사이에 287(g) 참여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기존에 참여를 금지하고 있던 6개 주에 합류한 것입니다. 텍사스 내에서도 휴스턴 시의회는 올해 4월, 경찰관이 민사 이민 영장을 이유로 사람을 구금하거나 교통 단속을 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습니다. 같은 주 안에서도 이민 단속에 대한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 지도는 단순히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아닙니다. 법 집행의 우선순위, 연방과 지방의 관계, 지역 커뮤니티의 구성에 따라 입장이 결정되고 있습니다. 농업 노동력에 의존하는 지역의 보안관과 이민자 밀집 대도시의 시장은, 같은 정당 소속이더라도 287(g)에 대해 다른 계산을 합니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이민 단속 지도는 주 단위가 아니라 카운티 단위, 심지어 시 단위로 쪼개지고 있습니다. 같은 주 안에서 한 도시는 287(g)를 운영하고, 이웃 도시는 이를 금지하는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단속”이 의미하는 것

미네소타 사태 이후 ICE의 전략 전환을 NPR은 “조용한 단속으로의 전환”이라고 표현했습니다. CNN은 톰 호만의 미네소타 전략이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핵심은 가시성을 낮추는 것입니다. 연방 요원 수십 명이 거리를 봉쇄하는 대신, 지역 경찰관이 일상적인 업무 중에 이민 신분을 확인합니다. 뉴스 카메라가 찍을 장면은 없지만, 단속의 그물망은 오히려 넓어집니다.

이 전환에는 실용적 계산이 있습니다. ICE 요원은 제한된 수입니다. 하지만 287(g)를 통해 전국 1,637개 기관의 지역 경찰이 ICE의 연장선이 되면, 단속 인력은 사실상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ICE 스스로 이 구조를 “무력 증폭기(force multiplier)”라 부르며, Fwd.us는 이 표현을 비판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적은 연방 자원으로 훨씬 광범위한 단속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변화입니다. 미네소타에서는 ICE 요원들이 휘슬과 감시에 의해 추적당했지만, 지역 경찰은 이미 커뮤니티의 일상 속에 존재합니다. 감시할 대상이 아니라 도움을 요청하는 대상이었던 경찰이 이민 단속의 도구가 되는 것, 그것이 이 전환의 본질입니다. 미네소타에서 ICE가 학교 앞에서 최루탄을 쐈을 때 전국적인 분노가 일었지만, 교통 위반 딱지를 끊으면서 이민 신분을 묻는 경찰관에 대해서는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단속은 기사 제목이 되지 않기에, 여론의 압력에서도 자유롭습니다.

문제는 이 구조가 만드는 부수적 효과입니다. 이민자 커뮤니티에서 지역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범죄 신고와 수사 협조가 위축됩니다. 세인트루이스 공영라디오(STLPR)와 인터뷰한 한 연구자는, 287(g) 참여 지역에서 히스패닉 범죄 피해 신고율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공공 안전이라는 287(g)의 명분이 오히려 공공 안전을 해치는 역설을 지적했습니다. ACLU는 287(g) 참여 지역에서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이 증가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히스패닉 외모의 운전자가 교통 단속에서 불비례적으로 높은 비율로 정차된다는 데이터를 제시했습니다. 287(g)가 이민 단속의 도구일 뿐 아니라 인종적 편향을 제도화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한인 커뮤니티가 알아야 할 것

뉴욕과 뉴저지는 보호도시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지역 경찰이 ICE와 직접 협력하는 것이 다른 주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287(g)가 없어도 연방 ICE 요원의 독자적 단속은 보호도시 안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뉴욕주 내에서도 일부 카운티는 보호도시 정책에 반발하며 독자적으로 ICE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롱아일랜드의 서폭 카운티나 업스테이트 뉴욕의 일부 카운티가 대표적입니다. 즉, “뉴욕에 살고 있으니 안전하다”는 가정은 더 이상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경계해야 할 것은 일상적 접촉입니다. 교통 위반 딱지, 법원 출석, 이민국 방문, 경찰서 민원—이 모든 순간이 이민 신분 확인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287(g) 참여 지역을 여행하거나 그곳에서 일하는 한인이라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한인 네일 살롱, 식당, 세탁소 종사자 중 상당수가 뉴욕·뉴저지 밖의 지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이 287(g) 참여 기관 관할인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ICE 공식 웹사이트(ice.gov/identify-and-arrest/287g)에서 참여 기관 목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포 시 묵비권과 변호사 접견 요청권은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보장되며, 영장 없이 주거지에 ICE를 들여보낼 의무도 없습니다. 이러한 권리를 사전에 숙지하는 것이 실질적인 자기 보호의 첫걸음입니다.

제복이 바뀌었을 뿐입니다. ICE 조끼를 입은 연방 요원 대신 지역 경찰 유니폼을 입은 경관이 같은 질문을 합니다. 미네소타의 최루탄은 뉴스가 되었지만, 교통 단속 중 이루어지는 이민 신분 확인은 뉴스가 되지 않습니다. 바로 그것이 이 전략의 핵심입니다. 단속이 보이지 않을수록 저항도 줄어들고, 여론의 반발도 약해집니다. 135개에서 1,637개로 늘어난 287(g) 협약은 단순한 숫자의 증가가 아니라, 이민 단속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신호입니다. 가시적 공포의 시대가 저물고, 일상에 스며드는 감시의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변화에 대비하는 첫 번째 단계입니다. 다음 단계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눈을 갖는 것입니다. 내가 사는 지역의 경찰이 287(g) 협약을 맺었는지, 교통 단속 시 이민 신분을 물을 수 있는지, 그러한 질문에 대답할 법적 의무가 있는지를 아는 것. 참고로, 이민 신분에 대한 경찰의 질문에 답할 헌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묵비권은 시민권자가 아니더라도 미국 헌법 수정 제5조에 의해 보호됩니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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