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렸던 문이 반쯤 닫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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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비자불레틴 급반전과 한인 취업영주권 실전 대응

지난 4월 비자불레틴이 발표되던 날의 공기를 기억합니다. 취업이민 1순위, 2순위, 3순위에서 ‘그 외 국가(Rest of World)’ 카테고리가 일제히 커런트(Current)로 표시되었습니다. 한인 대부분이 속하는 범주입니다. 오래 숨죽이고 기다려온 신청인들이 그날 일제히 서류를 꺼내들었고, 몇 해 전 노동인증(PERM) 승인 이후 멈춰 있던 파일들이 다시 책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4월 14일 국무부가 공개한 5월 비자불레틴은 분위기를 한 달 만에 바꾸어 놓았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4월과 5월의 Final Action Dates는 거의 같습니다. 정작 달라진 것은 ‘어느 표를 쓰느냐’입니다. 이민국(USCIS)이 5월부터 취업이민 조정신청(I-485)에 대해 Final Action Dates 차트만 인정하겠다고 공지하면서, 실제로 접수가 가능한 범위가 한 달 사이에 눈에 띄게 좁아졌습니다. 2026 회계연도가 9월 30일에 끝나기까지 다섯 달이 남은 지금, 비자번호가 다시 후퇴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함께 담겼습니다. 4월의 개방과 5월의 조임 사이에 놓인 한인 신청인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시간표 자체가 바뀌었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체감은 4월 30일이라는 구체적 날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 그 외 국가 카테고리, 숫자는 그대로지만 문은 좁아졌다

“같은 문이라도 누가 여는 열쇠를 쥐느냐에 따라 다른 문이 된다.”

4월 비자불레틴에서 ‘그 외 국가’ EB-2와 EB-3는 사실상 커런트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Dates for Filing 차트 기준으로 두 카테고리 모두 커런트였고, Final Action Dates 기준으로도 EB-2는 커런트, EB-3는 2024년 6월 1일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민국이 4월 한 달 동안 Dates for Filing 차트를 접수 기준으로 인정했다는 점입니다. 즉 우선일이 어느 시점이든 그 외 국가 EB-3 신청인은 4월에 I-485를 접수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년간 정체되어 있던 PERM 파일 다수가 이 창을 통해 한꺼번에 접수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5월 비자불레틴의 Final Action Dates는 그 외 국가 EB-1·EB-2가 여전히 커런트, EB-3가 2024년 6월 1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전월과 동일합니다. 그러나 이민국이 5월부터 Final Action Dates 차트만 사용하도록 공지했기 때문에, 그 외 국가 EB-3에서 우선일이 2024년 6월 1일 이후인 신청인은 이제 접수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4월에는 커런트로 열려 있던 문이 5월에는 2024년 6월 1일이라는 선에서 멈춥니다. EB-1과 EB-2 그 외 국가는 여전히 커런트로 유지되므로 한인 고학력 전문직 다수는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노동인증에 기반한 EB-3 신청인 가운데 2024년 중반 이후 접수 예정이던 사례는 실질적인 진입 장벽이 생긴 셈입니다. 같은 ‘커런트’라는 표현도 어떤 차트에 붙어 있느냐에 따라 현장에서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숫자 자체가 후퇴한 것은 아니지만, 이민국 공지 방식의 변경만으로 접수 창이 좁아질 수 있다는 사실은 한인 커뮤니티에서 자주 간과되어 온 지점이기도 합니다. 같은 우선일을 가진 동일 카테고리 신청인이 한 달 차이로 적격과 부적격으로 갈리는 이 구조는, 앞으로도 회계연도 후반부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 Dates for Filing에서 Final Action Dates로, 접수 지도가 다시 그려졌다

“바다가 빠져나가면 해변의 지형이 드러난다.”

미국 이민법에서 I-485 접수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실제로 영주권이 승인될 수 있는 시점을 의미하는 Final Action Dates(차트 A)이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앞서 서류 접수만 허용하는 Dates for Filing(차트 B)입니다. 이민국은 매달 두 차트 가운데 어느 쪽을 접수 기준으로 쓸지 결정해 USCIS.gov의 ‘Adjustment of Status Filing Charts’ 페이지에 공지합니다. 같은 달이라도 가족초청과 취업이민에 서로 다른 차트를 적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26 회계연도가 시작된 이래 이민국은 몇 달 동안 주로 Dates for Filing 차트를 선택해 왔습니다. 덕분에 우선일이 실제 비자 발급 가능 시점보다 앞서 있어도 조기 접수가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5월부터는 취업이민 전 카테고리에 Final Action Dates 차트를 적용합니다. 가족초청 카테고리는 여전히 Dates for Filing 차트를 사용합니다. 결과적으로 4월 30일은 많은 취업이민 신청인에게 사실상의 마지막 넓은 창문이 됩니다. 4월 기준으로는 접수 가능했지만 5월 Final Action Dates 기준으로는 접수가 불가능해지는 구간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변화는 법령 개정이 아니라 이민국의 매월 행정 판단이지만, 신청인 개인의 일정에는 법 개정만큼의 무게로 작용합니다. 한 달 사이에 접수 적격성이 뒤바뀌는 경험을 처음 겪는 분들은 당혹감을 호소하지만, 실상 비자불레틴은 늘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고, 차트 선택의 전환 자체는 이민국의 재량 범위 안에 있습니다.

이민국이 차트 선택을 바꾸는 배경에는 회계연도 비자번호 수급 조절이라는 실무적 이유가 있습니다. 4월 불레틴에서 그 외 국가 EB-3가 2023년 10월 1일에서 2024년 6월 1일로 8개월을 단번에 전진한 것은 회계연도 중반에 드물게 보기 어려운 속도였습니다. 이 속도로 접수가 계속 쌓이면 2026 회계연도 한도를 초과할 위험이 있고, 이를 관리하기 위해 이민국은 5월부터 속도를 조절한 셈입니다. 신청인 입장에서는 납득이 어려운 결정일 수 있지만, 전체 배분 총량을 지키기 위한 공식적 장치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 EB-2 인도·중국, 그리고 대기의 수학

“기다리는 사람에게 달력은 두께로 측정된다.”

5월 비자불레틴의 EB-2 Final Action Dates는 중국 2021년 9월 1일, 인도 2014년 7월 15일로 표시되었습니다. 4월의 Final Action Dates와 동일한 수치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인도 EB-2의 경우 4월 Dates for Filing이 2015년 1월 15일이었다는 점입니다. 4월에는 우선일이 2015년 1월 15일 이전이면 접수가 가능했지만, 5월에는 2014년 7월 15일 이전이어야 접수할 수 있습니다. 약 6개월의 실질적 후퇴가 차트 전환만으로 발생한 셈입니다.

EB-3 Final Action Dates는 중국 2021년 6월 15일, 인도 2013년 11월 15일, 필리핀 2023년 8월 1일, 그 외 국가 2024년 6월 1일로 확정되었습니다. 인도 EB-3는 2013년 11월에 멈추어 있습니다. 10년을 넘긴 대기열의 끝을 보기 어려운 상태입니다. 한인 신청인 가운데 인도·중국 기반으로 분류되는 사례는 드물지만, 다국적 가족 구성이나 배우자의 출생국에 따라 해당 카테고리에 속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EB-2에서 EB-3로의 다운그레이드가 일부 인도 신청인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양쪽 모두 장기 정체 상태라는 점에서 선택의 실익은 사안별로 매우 다릅니다. 국무부는 5월 불레틴 노트에 회계연도 잔여 기간 동안 추가적인 후퇴(retrogression)가 필요할 수 있다고 명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한편 DV-2026 추첨영주권은 NACARA와 2024 회계연도 국방수권법 규정에 따른 공제를 반영해 연간 한도가 약 5만 2,000명 수준에서 운영 중이며, 이 역시 9월 30일이 되면 모두 소멸됩니다. 회계연도의 끝이 다가올수록 숫자보다 일정이 더 큰 변수로 작동합니다.

◆ 4월에 접수한 사람, 5월을 기다리던 사람

“같은 계절을 지나도, 출발선이 다르면 도착지가 달라진다.”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4월 말에 접수를 완료한 신청인과 5월 초를 예정했던 신청인의 처지가 갈립니다. 4월에 I-485를 접수한 신청인은 이제 접수번호(Receipt Notice)를 기다리며 노동허가(EAD)와 여행허가(Advance Parole) 신청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우선일이 Final Action Dates로는 아직 미달이어도, 이미 접수된 I-485 자체는 영향을 받지 않고 심사 대기열에 놓이게 됩니다. 자녀의 나이가 21세에 가까운 가정의 경우, 접수 시점이 Child Status Protection Act 적용 계산에 직접 반영되므로 4월 접수가 자녀 보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면 5월로 접수를 미룬 그 외 국가 EB-3 신청인 중 우선일이 2024년 6월 1일 이후인 분들은 새로운 이민국 공지가 나올 때까지 접수가 불가능합니다. 영주권 자체가 무산되는 것은 아니지만, 체류 상태와 배우자 취업 계획, 자녀의 나이 산정 등 부수적인 일정이 연쇄적으로 재조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F-1 OPT 종료를 앞둔 신청인이나 H-1B 6년 만료를 앞둔 분들은 기존 비이민 지위의 연장 방안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H-1B 3년 연장의 경우 I-140 승인 여부와 국가별 비자번호 미수령 상태가 요건이므로, I-485 접수 시점과는 별개의 논리로 준비해야 합니다. 법원 판결이나 행정명령이 아니라 매월 발간되는 비자불레틴이 개인의 시간표를 바꾸는 이 구조는, 미국 취업이민의 오래된 특징이자 가장 까다로운 부분입니다. 고용주 측에서도 PERM 신청 시점, I-140 진행 속도, I-485 접수 가능 시점을 분리해서 관리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자녀의 경우는 특히 세심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Child Status Protection Act는 21세 도달 여부를 I-140 대기 기간만큼 빼준 ‘조정된 나이’로 판단하기 때문에, I-485 접수가 수개월 지연되는 것만으로 자녀의 동반 자격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최근 이민국이 CSPA 계산 기준을 Dates for Filing에서 Final Action Dates로 되돌리는 과정도 있었기에, 2026년 회계연도 중반의 차트 전환은 이 계산에 또 한 번의 변수를 더합니다. 각 가정별로 자녀의 생년월일, 우선일, I-140 승인일을 종합해 나이 동결 여부를 재확인하는 것이 실무적으로 필요합니다.

맺음말

5월 비자불레틴을 앞두고 받는 질문은 대체로 세 가지로 좁혀집니다. 이미 4월에 접수한 경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5월 접수가 막힌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그리고 연말까지 상황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입니다. 첫 번째 경우는 EAD·AP 신청과 의료검진, 추가 증빙 정리에 집중하는 것이 실무적입니다. 두 번째 경우는 6월 이후 월별 비자불레틴을 주시하되, 기존 비이민 지위의 연장·변경 계획을 병행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도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만 2026 회계연도 비자번호가 빠르게 소진되는 구간에 들어섰다는 국무부의 공개 경고는 분명합니다. 회계연도 마지막 달인 9월에 커트오프가 급격히 움직이는 이른바 ‘피스컬 이어 엔드 충격’은 과거에도 반복되어 온 현상이며, 올해 역시 이를 염두에 둔 준비가 요구됩니다.

취업영주권은 한 번의 결정으로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여러 해에 걸친 일정표입니다. 비자불레틴의 한 달 변화가 전체 계획을 흔드는 일은 종종 있지만, 변화 자체가 신청인의 자격을 바꾸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일, 수혜자 범주, 동반가족 구성, 체류 지위의 연장 가능성을 각각 분리해서 점검하는 태도가 결국 가장 오래 버팁니다. 조급함보다는 기록을 정리하고, 선택지를 열어 두는 자세가 다음 불레틴의 의미를 냉정히 읽는 기초가 됩니다. 4월의 개방이 5월의 조임으로 이어진 이번 경험은, 앞으로 남은 회계연도를 읽는 데에도 참고가 될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서류를 준비한 신청인들이라도 접수 시점 한 달 차이로 결과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민 실무에서 시간 관리가 서류 작성만큼이나 중요한 축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켜 줍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조진동 변호사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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