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1B FY2027 가중 추첨제 첫 적용과 한인 지원자의 새로운 전략
2026년 3월 19일, H-1B 비자 FY2027 전자 등록이 마감되었습니다. 3월 4일 정오에 시작되어 16일간 진행된 올해의 등록 기간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종료가 아닙니다. 2월 27일부터 시행된 임금 기반 가중 추첨제(Weighted Selection Process)가 역사상 처음으로 적용되는 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민국(USCIS)은 3월 31일까지 추첨 결과를 온라인 계정을 통해 통보할 예정입니다. 이 결과는 새로운 제도의 실제 효과를 증명하는 첫 시험대인 동시에, 앞으로 H-1B 비자의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연방관보에 최종 규칙이 게재된 것이 2025년 12월 29일이었고, 시행일까지 불과 두 달이라는 촉박한 일정 속에서 고용주와 지원자 모두 새로운 체계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높은 임금을 받는 지원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이 새로운 체계가 한인 지원자들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올해 함께 적용되는 10만 달러 추가 수수료의 파급 효과는 무엇인지, 그리고 선발되지 못할 경우 어떤 대안이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같은 추첨, 다른 확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습니다. 공정함이란 모두에게 같은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라고.”
가중 추첨제의 구조는 간결합니다.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가 직종별·지역별로 정하는 적정 임금, 즉 Prevailing Wage의 수준에 따라 추첨 가중치가 달라집니다. Level IV에 해당하는 최고 임금 구간은 가중치 4배를 받고, Level III는 3배, Level II는 2배, 그리고 Level I에 해당하는 최저 임금 구간은 가중치 1배입니다. 가중치가 높다는 것은 추첨 풀에서 해당 지원자의 이름이 여러 번 들어간다는 뜻이므로, 같은 추첨에 참여하더라도 확률이 현격히 갈립니다. 예를 들어, Level IV 지원자 한 명과 Level I 지원자 한 명이 추첨에 참여하면, Level IV의 이름은 네 장의 종이에 적혀 들어가고 Level I은 한 장입니다. 단순한 비유이지만, 이 구조가 수만 명 규모의 추첨에 적용되면 그 격차는 통계적으로 뚜렷한 차이가 됩니다.
펜실베이니아대 워튼스쿨의 예산 모델(Penn Wharton Budget Model) 분석에 따르면, 새 체계에서 Level IV 지원자의 선발 확률은 약 61퍼센트로 추산됩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올 확률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Level III는 약 46퍼센트, Level II는 약 31퍼센트, 그리고 Level I은 약 15퍼센트에 그칩니다. 기존 무작위 추첨 체제에서 Level I 지원자가 전체 선발의 약 27퍼센트를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13퍼센트포인트가 하락한 것입니다. 반대 방향에서 보면, Level IV는 기존 약 15.5퍼센트에서 약 26퍼센트로 10.5퍼센트포인트 상승합니다. 국토안보부(DHS)는 이 규칙으로 H-1B 선발자의 평균 보수가 거의 1만 달러 올라 약 12만 2천 달러(정확히는 121,863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미국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행정부의 논리, 즉 높은 임금을 받는 외국인 전문직은 미국인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는 전제가 그 배경에 있습니다. 각 임금 수준에 해당하는 급여는 직종과 지역에 따라 다르므로, 자신이 어느 레벨에 해당하는지는 노동부의 Foreign Labor Application Gateway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10만 달러 수수료라는 또 하나의 장벽
“문턱의 높이가 반드시 그 안에 있는 것의 가치를 반영하지는 않는다.”
올해 H-1B 시즌의 또 다른 핵심 변수는 10만 달러 추가 수수료입니다. 2025년 9월 대통령 포고(Presidential Proclamation)로 도입된 이 수수료는 기존 등록비 215달러와 별도로, 추첨에 선발된 뒤 H-1B 청원서를 실제로 제출하는 시점에 부과됩니다. 다만 이 수수료는 모든 H-1B 청원에 일률적으로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 포고와 USCIS 지침이 정한 특정 신규 청원에 적용되므로, 개별 케이스별로 적용 여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적용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 명의 외국인 직원을 고용하기 위해 기존 수수료에 더해 10만 달러 이상을 정부에 납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는 사실상 자금력이 충분한 대기업에게만 H-1B의 문호를 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미 10만 달러 수수료가 없었던 시절에도 H-1B 1건당 고용주가 부담하는 총비용(변호사 비용, 기존 정부 수수료, 프리미엄 프로세싱 포함)은 수천 달러에 달했습니다. 여기에 10만 달러가 추가되면 총비용이 10만 5천 달러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 됩니다. H-1B 등록 건수의 변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FY2026의 적격 등록 건수는 34만 3,981건으로 전년도 FY2025(47만 342건)에 비해 26.9퍼센트 감소했습니다. 고유 수혜자 수도 약 33만 6,000명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FY2026 등록 감소의 상당 부분은 이민국의 중복 등록 단속과 수혜자 중심(beneficiary-centered) 등록 체계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2025년 9월 도입된 10만 달러 추가 수수료는 그 다음 시즌인 FY2027에서 고용주의 스폰서 전략과 청원 판단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 수수료의 법적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2025년 12월,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은 수수료의 합법성을 인정했지만, 미국 상공회의소(U.S. Chamber of Commerce)와 대학 연합(Association of American Universities)이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하여 신속심리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캘리포니아와 워싱턴 주 법무장관도 수수료가 의회 승인 없이 부과된 것은 위법이라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최근 연방대법원이 행정부의 포괄적 관세 부과 권한에 제동을 건 판결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상공회의소 측은 이 판결의 법리가 10만 달러 수수료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3월 17일에는 의료 종사자를 이 수수료에서 면제하는 초당파 법안(H-1Bs for Physicians and the Healthcare Workforce Act)이 하원에 발의되어, 의료 인력 부족이라는 현실과 H-1B 규제 강화라는 정책 사이의 긴장이 입법 과정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인 지원자에게 미치는 양면의 영향
“같은 바람이 어떤 배는 밀어주고, 어떤 배는 멈추게 한다. 방향은 돛에 달려 있다.”
가중 추첨제는 한인 H-1B 지원자들에게 일률적이지 않은 영향을 미칩니다. 실리콘밸리의 IT 대기업이나 뉴욕 월스트리트의 금융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 높은 연봉을 받는 한인들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변화입니다. Level III이나 IV에 해당하면 선발 확률이 기존 무작위 체제보다 의미 있게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반면, 대학원을 갓 졸업하고 첫 직장을 구한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초급 회계사, 중소 무역회사에 취직한 젊은 한인들은 Level I이나 II에 머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인 유학생이 밀집한 뉴욕과 뉴저지 지역의 중소 회계법인, 무역회사, 소규모 기술 기업에서 제시하는 초봉은 Level I에 해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보면, 노동부 데이터에서 뉴욕 메트로 지역 회계사(Accountant)의 Level I 적정 임금은 연 6만 달러대이고, 같은 지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Level I도 7만 달러대에 머뭅니다. 대기업에서 동일 직종 Level III 이상으로 시작하는 경우와 비교하면 가중치에서 2~3배의 차이가 생기는 셈입니다. 이들에게 15퍼센트라는 선발률은 기존 체제의 약 30퍼센트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체감하는 타격이 상당합니다. 특히, 한인 유학생의 다수가 졸업 후 첫 직장에서의 H-1B 스폰서를 통해 미국 체류를 이어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변화가 한인 커뮤니티의 미국 정착 패턴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학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대학과 비영리 연구기관은 전통적으로 H-1B 연간 상한(cap)에서 면제되어 추첨 없이 채용이 가능했지만, 주 정부 차원의 새로운 제한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3월 3일, 플로리다 교육이사회(Board of Governors)는 텍사스에 이어 두 번째로 주립대학의 H-1B 신규 채용을 2027년 1월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론 디샌티스(Ron DeSantis) 주지사가 “플로리다 시민이 취업 기회에서 우선되어야 한다”며 요청한 조치입니다. 한인 교수, 연구원, 의대 레지던트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교수위원 킴벌리 던(Kimberly Dunn)은 “1년의 중단이라 해도 그 여파는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조치가 다른 주로 확산될 경우, 학계에서의 한인 채용 경로는 더욱 좁아지게 됩니다.
선발되지 못했을 때의 대안 경로
“길이 끊긴 곳에서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
H-1B 추첨에서 선발되지 못한 경우에도 미국 체류와 취업을 이어갈 수 있는 대안 경로들이 있습니다. EB-2 NIW(국익면제 영주권)는 고용주의 스폰서 없이 본인이 직접 영주권을 청원할 수 있어, H-1B에 의존하지 않는 장기적 해법으로 한인 사이에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석사 이상의 학위와 해당 분야에서의 성과를 입증할 수 있다면 유력한 선택지가 됩니다. O-1 비자는 과학, 예술, 교육, 비즈니스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extraordinary ability)을 증명할 수 있는 경우 추첨 없이 신청이 가능합니다. 수상 경력, 논문 게재, 업계 내 인정 등의 증거가 필요하지만, 추첨이라는 불확실성 자체를 우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L-1 비자라는 경로도 있습니다. 한국에 본사가 있는 기업에서 1년 이상 근무한 뒤 미국 법인으로 전근하는 방식으로, 삼성, LG, 현대, SK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한국에 모회사를 둔 중소 무역회사나 IT 서비스 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학생이라면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반 OPT 12개월에 더해 STEM 전공이면 추가 24개월, 합계 최대 36개월간 미국에서 일하면서 다음 해 추첨을 다시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기간에 고용주가 다음 해에도 H-1B 스폰서 의사를 유지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2 투자비자도 한국 국적자에게 열려 있는 통로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투자협정(Treaty of Commerce and Navigation)을 체결한 국가이므로 E-2 비자 신청 자격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사업체에 상당한 금액(substantial amount)을 투자하고 실질적으로 운영하면 체류 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무기한 갱신이 가능합니다.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매입이나 기존 사업체 인수를 통해 E-2 비자를 취득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안들을 H-1B 결과가 나온 뒤에 급하게 찾는 것이 아니라, 등록 단계에서부터 병행하여 준비하는 것입니다.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여 자신의 학력, 경력, 업무 분야에 가장 적합한 경로를 미리 파악해 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맺음말
3월 31일에 공개될 추첨 결과는 가중 추첨제의 실제 선발 비율과 임금 분포를 처음으로 드러내는 데이터가 됩니다. 높은 임금에 가중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우선하겠다는 행정부의 신호이지만, 모든 전문직이 처음부터 높은 임금으로 경력을 시작하지는 않는다는 현실도 함께 존재합니다. 의사가 레지던트 과정을 거쳐야 전문의가 되듯, 엔지니어도 초급 포지션에서 경험을 쌓아야 시니어가 됩니다. 오늘의 Level I이 5년 뒤 Level IV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첫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가중 추첨제는 그 첫 기회의 문을 좁히는 구조이므로, 장기적으로 미국 전문인력 시장의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 기회의 문이 얼마나 좁아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곧 드러날 추첨 결과에서 윤곽이 잡힐 것입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하나의 경로만 바라보기보다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탐색하는 것이 불확실한 시대의 가장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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