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던 기록이 말을 걸기 시작했다
DOJ 범죄기록 DHS 공유 행정명령과 이민 심사의 새 변수
2025년 4월, 국세청(IRS)과 이민세관집행국(ICE)이 납세자 정보 공유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때, 이민자 사회에는 상당한 긴장이 흘렀습니다. 세금 신고를 위해 제출한 개인정보가 이민 단속에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은 합법적 체류자들에게도 불안의 씨앗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열 달 뒤인 2026년 2월 6일, 트럼프 대통령은 또 하나의 정보 공유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번에는 국세청이 아니라 법무부(DOJ)입니다. 행정명령 14385호, 정식 명칭 “미국의 국가 안보와 복지를 범죄 행위자 및 기타 공공 안전 위협으로부터 보호”는 법무부가 보유한 범죄기록 정보(CHRI, Criminal History Record Information)를 국토안보부(DHS)에 최대한 제공하도록 지시하고 있습니다.
국세청의 납세 정보가 누가 어디 살고 얼마를 버는지를 알려준다면, 법무부의 범죄기록 정보는 누가 언제 어디서 체포되었고 어떤 혐의를 받았는지를 알려줍니다. 이민 심사의 눈이 지갑에서 전과 기록부로 옮겨간 셈입니다.
◆ 행정명령 14385호의 구조와 범위
“법의 변화는 조용히 시작되어 소리 없이 퍼진다.”
2026년 2월 6일 서명되고 2월 11일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게재된 이 행정명령은 크게 두 가지를 지시합니다. 첫째,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은 법무부가 보유하거나 접근 가능한 범죄기록 정보(CHRI)를 DHS의 심사 및 검증(screening and vetting) 업무 목적으로 ‘법이 허용하는 최대 범위(to the maximum extent permitted by law)’까지 제공해야 합니다. 둘째, DHS 장관은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참여국, 중범죄 방지 협정(Preventing and Combating Serious Crime Agreement) 체결국, 그리고 기타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의 출입국 관리 당국과 CHRI를 상호 교환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CHRI의 범위입니다. 연방법무부 산하 FBI가 관리하는 범죄기록 정보에는 체포(arrest), 구금(detention), 기소(indictment), 공판 전 절차, 재판, 그리고 이들 혐의에 대한 모든 처분(disposition)이 포함됩니다. 처분에는 유죄 판결뿐 아니라 기각(dismissal), 무죄(acquittal), 양형, 보호관찰(probation), 가석방(parole)까지 포함됩니다. 즉, 체포되었으나 기소되지 않은 경우, 기소되었으나 기각된 경우까지 모두 기록에 남아 있고, 이 기록이 DHS에 넘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다만 이 행정명령은 새로운 정보 수집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이미 존재하는 기록의 공유 범위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FBI의 전국범죄정보센터(NCIC)와 주간식별지수(Interstate Identification Index)에는 이미 수천만 건의 범죄기록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전에는 DHS가 이 데이터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었다는 점이고, 이제 그 벽이 낮아졌다는 것입니다. 행정명령의 문구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법이 허용하는 최대 범위’라는 표현은 기존의 제한을 가능한 한 넓게 해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 국세청 다음 법무부, 정보 공유의 연쇄
“하나의 문이 열리면 다음 문은 더 쉽게 열린다.”
행정명령 14385호를 이해하려면 그 직전 선례를 함께 봐야 합니다. 2025년 4월 7일, 재무부 장관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와 DHS 장관 크리스티 노엠(Kristi Noem)은 IRS-ICE 간 납세자 정보 공유 양해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이 MOU를 통해 ICE는 최종 추방 명령을 받았거나 연방 범죄 수사 대상인 개인의 이름, 주소, 납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25년 초에 ICE가 IRS에 100만 건 이상의 기록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소송 과정에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IRS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었습니다. IRS 법률 고문단은 이 합의가 납세자 비밀 보호법(taxpayer privacy law)을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고, IRS 대행 국장 멜라니 크라우스(Melanie Krause)는 이 합의에 반대하다 사임했습니다. 2025년 11월에는 연방 판사가 IRS-DHS 간 기록 공유를 일시 중지시키는 명령을 내렸으나, 2026년 2월 DC 순회항소법원이 이 정책을 유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보 공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맥락에서 행정명령 14385호가 등장한 것입니다. 국세청 정보 공유가 이민자의 경제 활동 기록을 DHS에 넘겼다면, 법무부 정보 공유는 이민자의 범죄 관련 기록을 넘깁니다. 두 흐름이 합쳐지면 DHS는 특정 이민 신청자에 대해 재정 상태와 범죄 기록을 동시에 조회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됩니다. 각각은 부분적인 정보이지만 결합되면 매우 상세한 개인 프로필이 구성됩니다.
◆ 체포와 유죄 판결 사이의 넓은 간극
“기록은 맥락을 담지 않는다.”
이 행정명령의 실질적 영향을 이해하려면 미국 이민법에서 범죄 기록이 어떻게 취급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합니다. 이민국적법(INA) 제212조(a)(2)항은 도덕적 비행 범죄(Crime Involving Moral Turpitude, CIMT)로 유죄 판결을 받은 외국인을 입국 불가(inadmissible)로 규정합니다. 도덕적 비행 범죄에는 절도, 사기, 폭행 등 비교적 넓은 범주의 범죄가 포함됩니다. 다만 단 한 건의 경미한 범죄(petty offense)에 대해서는 예외가 인정됩니다. 최대 형량이 1년 이하이고 실제 선고형이 6개월 이하인 경우에 한해 이 경미범죄 예외(petty offense exception)가 적용됩니다.
문제는 체포(arrest)와 유죄 판결(conviction) 사이의 간극에서 발생합니다. 이민법은 대부분의 불이익에 대해 유죄 판결을 요구하지만, 체포 기록 자체도 이민 심사에서 무시되지 않습니다. 시민권 신청서(N-400)는 유죄 판결뿐 아니라 모든 체포 기록의 공개를 요구합니다. 혐의가 기각되었거나 기록이 말소(expunge)된 경우에도 이를 신고해야 하며, 이를 누락하면 허위 진술(false testimony)로 간주되어 그 자체가 도덕성 결격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민법상 범죄기록 말소(expungement)의 효력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주 법원에서 유죄 기록이 말소되었더라도 이민법 목적으로는 여전히 유죄 판결로 취급됩니다. 연방 이민법은 주의 재활 법령(rehabilitative statute)에 의한 기록 말소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인 사회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하는 음주운전(DUI)의 경우를 보면, 단일 음주운전 유죄 판결 자체는 도덕적 비행 범죄로 분류되지 않아 즉각적인 추방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시민권 심사에서 도덕성(good moral character) 판단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고, 두 건 이상의 음주운전 유죄 판결이 심사 기간 내에 있다면 도덕성 결격의 반증 추정(rebuttable presumption)이 성립하며, 이를 뒤집으려면 상당한 반대 증거를 제시해야 합니다(Matter of Castillo-Perez, A.G. 2019). 약물이 관련된 음주운전이나 사고를 동반한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해집니다. 상점 절도(shoplifting)는 절취 의도가 수반되므로 도덕적 비행 범죄에 해당하고, 단 한 건의 유죄 판결도 경미범죄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입국 거부나 추방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 도덕성 심사 기준의 변화와 실질적 위험
“같은 기록이라도 읽는 눈이 달라지면 의미가 바뀐다.”
범죄기록 공유 확대의 영향은 2025년 8월 15일 USCIS가 발표한 도덕성 심사 기준 변경(PM-602-0188)과 맞물려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 정책 메모는 시민권 신청자의 선량한 도덕성(Good Moral Character, GMC) 평가를 기존의 체크리스트 방식에서 ‘전체적 평가(holistic evaluation)’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새 기준 아래에서 이민 심사관은 단순히 범죄 기록의 유무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신청자의 전체적 행동 양태를 평가하도록 지시받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 기여, 가족 부양, 납세 이력 같은 긍정적 요소도 고려 대상이지만, 동시에 법적으로 유죄가 아니더라도 ‘시민적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conduct inconsistent with civic responsibility)’도 심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반복적 교통 위반이나 괴롭힘, 공격적 행위 등도 도덕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와 행정명령 14385호가 결합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됩니다. 영주권자 A씨가 시민권을 신청합니다. 이전에는 USCIS 심사관이 A씨의 범죄 기록을 확인하려면 신청자의 자기 신고와 FBI 지문 조회에 주로 의존했습니다. 이제는 법무부가 보유한 범죄기록 데이터베이스가 DHS에 직접 열리면서, 심사관은 신청자가 공개하지 않았거나 잊고 있던 과거 체포 기록까지 들여다보게 됩니다. 10년 전 가정 분쟁으로 경찰에 신고되어 체포되었으나 혐의가 기각된 기록, 사업장 규정 위반으로 받은 소환장, 오래전 교통사고 후 받은 형사 소환 등이 모두 심사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습니다.
특히 한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간과되기 쉬운 것이 규정 위반(regulatory violation)입니다. 주류 판매 면허 위반, 위생 규정 위반, 허가 없는 영업 등은 형사 기소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만, 체포나 소환 기록이 남을 수 있고 이러한 기록이 새로운 도덕성 심사 기준 아래에서 어떻게 평가될지는 심사관의 재량에 달려 있습니다. 가정 내 분쟁에서 비롯된 체포 기록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인 가정에서는 가정 폭력이 아닌 부부 싸움이 이웃의 신고로 경찰 출동과 체포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대부분 혐의가 기각되더라도 체포 기록 자체는 FBI 데이터베이스에 남아 있습니다.
맺음말
행정명령 14385호는 새로운 범죄를 규정하거나 이민법의 조문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존재하는 기록이 이미 존재하는 기관에 흘러가는 통로를 넓힌 것입니다. 그러나 이민 심사에서 정보의 양은 곧 심사의 깊이를 결정합니다. 이전에는 FBI 지문 조회에서 나오지 않았을 수 있는 오래된 체포 기록, 주(state) 단위에서만 보관되던 경미한 기록들이 연방 차원에서 DHS의 손에 들어오게 됩니다.
이민 신청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지금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은 자신의 기록을 먼저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민국에 정보자유법(FOIA) 요청을 제출하면 자신의 이민 파일(A-file)을 열람할 수 있고, FBI 신원조회(Identity History Summary)를 신청하면 FBI에 기록된 자신의 범죄 관련 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미 해결되었다고 생각한 과거의 기록이 여전히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민권 신청서 N-400에는 모든 체포 기록을 공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혐의가 기각되었든, 기록이 말소되었든 상관없습니다. 이를 누락하면 허위 진술로 간주되어 그 자체가 도덕성 결격 사유가 됩니다. 기록을 숨기는 것보다 기록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설명을 준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응입니다. 과거의 체포가 기각으로 끝났다면 기각 증명서를, 유죄 판결이 있었다면 그 이후의 재활과 사회 기여를 입증할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국세청 정보 공유에 이어 법무부 범죄기록까지, 연방 기관 간 정보의 장벽은 빠르게 낮아지고 있습니다. 행정명령 14385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외국 정부와의 범죄기록 상호 교환까지 허용하고 있어, 비자면제프로그램(VWP) 참여국 출신 여행자와 이민자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변화가 개별 이민 심사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실무 사례가 축적되어야 알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이민 심사관이 볼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났다는 사실이고, 신청자도 심사관이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기록을 먼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면책 조항: 본 칼럼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케이스에 대한 법적 조언이 아닙니다. 이민 관련 개별 사안은 반드시 이민법 전문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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